부산 영도에 있는 아주 작은 교회이면서 예배당을 공유하는 일상으로교회(담임 원지현 목사)와 흰여울교회(담임 정민교 목사)가 지난 10월부터 커피트럭을 운영하는 백두용 목사님과 협력하여 한 달에 두 번 고신대에서 커피트럭 봉사를 한다.
안그래도 청년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인데 경제 전망까지 어둡다 하니 설상가상이다.
게다가 지역 대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생들에 비해 더 어렵다.
그래서 지역 대학생들을 격려하고자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커피를 쏩니다’라는 모토 아래 커피와 아이스티 등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낱개 포장된 마스크를 1장씩 같이 나눠 준다.
격주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오늘은 낮은울타리가 재정을 후원해서 나도 참여했다.
오전 10시 45분에 고신대에 도착하니 백두용 목사님의 커피트럭이 막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사들이 커피를 내리고, 용기에 담아주지만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현수막에 이미 재정을 담당하는 교회 이름이 적혀 있어 우리가 목사인 줄 학생들은 다 알고 있다.
“목사님이세요?”라고 묻거나 “교회가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또는 “행복하세요”라고만 해도 우리가 왜 나와서 이렇게 하는지 다 안다.
“이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고 예수 믿으세요”라고 하면 아마 줄을 서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러지 않기에 학생들은 긴 줄을 서는 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흰 셔츠에 검은 타이를 하고 검은 앞치마를 했다.
바람잡이 겸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은 것이다.
커피는 내려보지도, 잔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니 마시고 가라고 하고,
차나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줄을 세웠다.
그냥 그러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 한 가지 색다른 시도를 했다.
무료 음료인 줄 알고 받아가길 기다리는 학생에게 “기다리는 동안 결제부터 하세요”라고 했더니 깜짝 놀랐다.
“결제는 인증샷을 찍는 겁니다”라고 했더니 놀란 표정을 풀고 활짝 웃으며 오히려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음료도 마시고, 사진도 찍는 놀이가 된 것이다.
“사진 어디에 올리세요? 어떻게 볼 수 있어요?”라고 묻는 학생도 있었다.
“인스타에 ‘고신대’와 ‘커피트럭’을 태그해서 올릴게요”라고 답했다.
줄이 제법 길어지자 난 세미콜론 타투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건넸다.
목사가 타투를 했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정말 문신을 하신 거예요? 목사님 아니세요?”라며 관심을 보였다.
세미콜론 타투가 2013년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자살방지와 생명존중 캠페인이며, 문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다른 설명으로 이어진다는 세미콜론의 용도처럼 ‘My story is not over yet.’을 의미하고, 이것을 보는 다른 사람에게는 ‘Your story is not over yet, too.’를 의미한다고 했더니 “아~~”하고 탄성을 지르며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도 있었다.
나는 어떤 어려운 순간이 와도 절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자신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을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가 있어서인지 학생들은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
원래 150잔 정도를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많이 몰려 총 230잔을 제공했다.
레몬청, 우유, 아이스티, 커피의 순으로 재료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직원도 작은 교회가 힘을 합쳐 하는 것, 목사들이 직접 나와서 하는 것, 예배당을 공유하는 것 등에 관심을 보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 중엔 아르바이트를 한 십일조를 커피트럭에 후원하고 싶다며 봉투를 건넨 학생도 있었다.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참 감사했다.
다 마치고 나니 오후 1시 30분이 넘었다.
3시간 가까이 서서 준비하고 말하고 정리까지했다.
몸이 녹초가 되고 다리는 후들거릴 정도였다.
아침에 식빵 2개만 먹었더니 허기져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농반진반으로 너무 힘들어서 다음엔 못오겠다고 했다.
학생들과의 약속대로 ‘고신대’와 ‘커피트럭’을 태그해서 인스타에 올렸다.
학생들과 거의 8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었다.
그중 한 명이라도 기독교와 교회에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