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목사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이전 교회 안수집사님이자 전 행정실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담임을 할 때 다른 걸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행정과 교회당 건물에 대해 정말 모든 걸 맡아서 잘 해주신 분이다.
내가 사임한 이듬해에 은퇴를 하셨는데, 내가 안수집사 은퇴식을 집례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
명절만 되면 생각나고 궁금한 분이지만 떠난 교역자로서 먼저 연락을 드리기가 조심스러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연락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권사님과 다른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건강은 어떠신지 여쭙고 무탈한 소식을 들었다.
다만 나이가 있어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실 때 마음이 좀 그랬다.

집사님을 통해 이전 교회 경비반장님 소식을 들었다.
교회당을 건축한 2010년부터 경비를 맡아 주셨는데 얼마나 부지런하고 성실하신지 교인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70이 넘어 그만두시려는데 당회에서 ‘반장’ 직급을 드리고 월급도 올려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시도록 하자고 해서 더 오래 계셨다.
평택으로 이사하셔야 된다고 해서 결국 그만두시게 되었는데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작년에 문자를 드렸는데, 아무런 답이 없어 전화를 바꾸셨나 했다.
오늘 집사님을 통해 경비반장님이 내 문자를 받고 너무 기쁘고 좋았는데, 문자를 할 줄 몰라 답을 못해 아쉬워하신다는 이야기와 내 번호를 알고 싶고 통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사님과의 통화를 마친 후 바로 경비반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난 후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여보세요?”
“경비반장님,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저 남서울평촌교회 담임목사입니다.”
“아~ 목사님, 아이구, 이렇게 전화를 다 주시고…”
“건강하시지요?”
“예, 건강합니다.”
“오늘 행정실장님과 통하하며 경비반장님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문자를 주셨는데 제가 문자를 할 줄 몰라서 행정실장님한테 목사님 전화번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이 번호를 저장하시면 되겠습니다.”
“예, 그러면 되겠네요.”
“예전에 경비반장님이 너무 잘 도와주셔서 제가 얼마나 편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목사님이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뭘요. 행정실장님이 챙겨주신 겁니다.”
“목사님은 어디 계십니까?”
“저는 부산에 있습니다. 부산에서 예수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경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어디 가든 잘하실 겁니다.”
“반장님은 계속 평택에 사십니까?”
“제가 사는 곳은 오산입니다. 제가 죽기 전에 목사님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은데요.”
“주소를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조만간 찾아 뵙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그러면 너무 감사하지요.”

내 마음에 담고 있는 숙제 중 하나가 이 분을 뵙는 것이었다.
혹시 돌아가신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는데, 건강한 음성을 들으니 참 감사하다.
빨리 찾아 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