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14)29:15-20

“야곱이 자기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함께 보낸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마 그동안 야곱은 라반 소유의 가축을 치는 일들을 도왔을 겁니다. 그러자 라반이 야곱에게 대가를 정하라고 했습니다. 라반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야곱이 멀리 외삼촌의 집까지 온 까닭을 알기 때문입니다. 야곱에게는 형 에서를 피해야 하는 사정도 있었지만 그 부모 이삭과 리브가가 일부러 야곱을 멀리 있는 외삼촌의 집으로 보낸 것은 아내를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큰 딸의 이름은 ‘레아’였고 작은 딸의 이름은 ‘라헬’이었습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가끔 ‘레이철’이란 이름이 나오는 것 기억하세요?”
“예. 생각나요.”
“그 ‘레이철’이 바로 창세기의 ‘라헬’에서 나온 겁니다.”
“아~”
“이처럼 외국 사람들의 이름 중엔 성경에서 따온 것이 많습니다. 아브라함(Abraham) 링컨은 성경의 ‘아브라함’에서, 아이작(Isaac) 뉴턴은 성경의 ‘이삭’에서, 제이콥(Jacob)은 지금 나오는 ‘야곱’에서, 조셉(Joseph)은 나중에 나올 ‘요셉’에서, 데이빗(David)은 ‘다윗’에서, 폴(Paul)은 신약 성경에 나오는 ‘바울’에서 왔습니다.”
“성경 이름에서 따온 게 많네요.”

“라반의 두 딸 중 큰 딸은 시력이 약했고, 작은 딸은 곱고 아리따웠다고 했습니다. 야곱은 누구와 결혼하고 싶었을까요?”
“작은 딸요.”
“왜요?”
“작은 딸이 이쁘다고 했잖아요.”
“맞습니다. 야곱은 집을 떠나 가장 먼저 만난 친척인 작은 딸 라헬과 결혼하고 싶어했습니다.”
“먼저 만나서 그런 게 아니라 이뻐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기도 합니다. 큰 딸이 시력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요. 눈이 나쁜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데 잘 보려고 하면 어떻게 하죠?”
“눈을 찡그리죠.”
“아쉽게도 시력이 좋지 않은 큰 딸 레아는 잘 보기 위해 아마도 자주 인상을 찌푸렸을 것입니다. 목을 앞으로 빼기도 했을 것이고요. 야곱을 보면서도 눈을 찡그리거나 목을 뺏을 텐데 그걸 보고 매력을 느끼는 남자는 드물 것입니다.”
“아무튼 예쁜 여자를 선택한 거네요. 성경에 나오는 남자들도 그냥 남자네요.”
“예, 성경에 나오는 남자들도 아주 평범한 그냥 남자들입니다. 이제까지 아브라함과 이삭이 어땠는지 다 보셨잖아요?”
“그러게 말예요.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이니까 자꾸 위인처럼 생각하고,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게 돼요.”
“그러면 성경을 오해하게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이 뭔가 다르니까 하나님의 선택을 받고, 위인이니까 구원을 받고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건 성경이 기록된 목적과 반대로 보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인데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는 것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복음이죠. 우리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요.”
“목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네요.”

“야곱의 외삼촌 라반이 집안일을 돕고 있는 야곱에게 품삯을 제안합니다. 이 말은 곧 두 딸 중에서 신부를 택하라는 말입니다. 아마 외삼촌도 야곱이 라헬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건 속일 수도 가릴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야곱이 외삼촌에게 라헬을 아내로 맞기 위해 칠 년 동안 머슴처럼 일을 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성경에 보면 야곱은 라헬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칠 년을 며칠처럼 여겼다고 했습니다. 성경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게 놀랍지 않으세요?”
“그러네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했네요.”
“성경이 기독교 요점정리가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난 사건과 심정을 기록한 고대 문학이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