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한테 귀의할께”

오늘(4/7) 저녁엔 대학 동창들과 식사를 했다.
퇴근 시간 정체가 심한데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길로 들어섰다가 15분 정도 늦었다.
친구들은 퇴근하고 바로 온 때문인지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테이블 위엔 소주와 맥주가 놓여 있다.

“신욱이 왔네, 어서 와라.”
“어이, 강 목사, 반갑다. 악수 함 하자.”
친구들과 악수를 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 온다던 친구들이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6명밖에 모이지 못했다.
내가 늘 기도하는 그 친구들이다.

“친구들, 내가 오늘 모인 자네들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네.”
나이가 들어서인지 대학생 때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다들 고마워한다.
그중 요즘 불경기로 힘들다는 친구가 말했다.
“신욱아, 진짜가? 진짜 고맙다. 내가 조금 더 나이들면 니한테 귀의할께.”

친구는 많이 힘든지 연신 건배를 외치더니 혼자 먼저 취했다.
이 친구는 2차로 술을 좀더 마시고 싶어했다.
한 친구가 그 친구와 함께 2차를 책임지기로 했다.
나는 다른 친구를 차로 데려다 주는 일로 먼저 떠났다.
내일 그 친구가 맨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 목사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힘내길 바란다.

오늘은 약 2천 년전 예수님이 죽으신 소위 성금요일이다.
전에는 교회당 안에서 성도들과 기도회를 하거나 성찬식을 하며 이 밤을 보냈는데, 오늘은 비신자 친구들과 식사를 했다.
나는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기도했고, 모임을 위해 기도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에 전혀 관심도 없는 친구들과 식사를 했지만 내게는 거룩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