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언니 레아의 큰아들 르우벤이 들에서 ‘합환채’라는 약초를 구했습니다.”
“뭐라고요?”
평소 쓰는 단어나 채소 이름이 아니니 성경 본문을 모니터에 보여줬다.
“합할 합, 기쁠 환, 나물 채(合歡菜, mandrake)입니다. 단어에서 보듯이 이 약초는 고대 근동에서 최음제(催淫劑)나 임신을 돕는 것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뿌리가 우리나라 인삼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인삼이 어떻게 보면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잖습니까?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레아의 큰아들 르우벤이 합환채를 캐온 것을 동생인 라헬이 들었습니다. 지금 두 명의 처와 두 명의 첩 중에 자식을 낳지 못한 것은 라헬 뿐입니다. 라헬의 마음이 어떨까요?”
“어떻게서든 자식을 낳고 싶겠지요.”
“그래서 라헬이 언니 레아에게 그 합환채를 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야곱이 라헬을 사랑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레아와 먼저 결혼을 한 것이 사실이니까 레아 입장에서는 남편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동생에게 따졌습니다. ‘내 남편을 빼앗더니 이제는 내 아들이 구해온 합환채까지 빼앗으려고 하느냐?’고 했습니다. 이미 모두가 야곱의 마음이 라헬에게 더 쏠려 있는 것을 아는지라 라헬은 ‘합환채를 주면 내 남편이 오늘은 언니의 침소로 갈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매간의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도 자기 남편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너무 이상한데요. 성경의 내용이 기대 이하네요”
“그렇죠? 성경은 ‘거룩한 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보면 너무도 실망스러운 책입니다. 나중에는 정말 이 내용이 사실인가 싶을 정도의 19금 이야기도 나옵니다. 성경은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게 만드는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적어 놓은 책이 아닙니다. 하나님처럼 거룩할 수 없으나 하나님처럼 자기 마음대로 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적나라한 실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같은 인간이 봐도 염증을 느낄만한 인간을 사랑하시고 포기하지 않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책입니다.”
“목사님이 여러 번 해주신 말씀인데도 새로운 내용을 볼 때마다 좀 놀라게 됩니다.”
“밤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 야곱을 언니 레아가 맞습니다. ‘일하느라 수고했어요. 피곤하죠? 음식을 준비했으니 먹고 쉬세요.’ 이런 분위기로 맞으면 좋잖아요? 그런데 성경에는 레아가 ‘내가 내 아들의 합환채로 당신을 샀노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곳의 문화를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있는 사실대로 말하는 게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다 말하고 어떻게 사나요? 알바생에게도 일 못한다고 그냥 말하면 안되고요, 참고 참다가 말할 때에도 ‘학생이 이런 건 잘 하는데 저것도 이렇게 잘 챙기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해야 돼요. 요즘 개성이 다양해서 힘들어요.”
“알바생 개성까지 세심하게 챙기시려니 너무 피곤하시겠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성경공부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여기 와서 목사님 말씀 듣고 나면 뭔가 정화되고 생각이 교정되는 느낌이 있어요. 좋으니까 오지 싫으면 오겠어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더 감사합니다.”
“자식이 없는 건 라헬이고, 합환채를 먹은 건 라헬인데 여전히 라헬에겐 자식이 없고 오히려 합환채를 양보한 언니 레아가 아들 둘을 더 낳고 딸도 하나 낳습니다.”
“합환채가 효능이 없는 모양이네요.”
“과학적으로는 효능이 없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효능이 있다고 하면 제약회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TV광고에도 나왔을 것이고요. 한국 아줌마들이 아직도 합환채를 모르는 걸 보면 효능이 없는 게 맞습니다.”
“ㅎㅎ그러네요.”
“생명은 하나님께 있지요. 나중에 라헬도 드디어 아들을 낳게 되는데, 성경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30장 22절에 ‘하나님이 라헬을 생각하신지라 하나님이 그의 소원을 들으시고 그의 태를 여셨으므로’라고 되어 있습니다. 라헬이 얼마나 간절하게 자신의 소원을 빌었겠습니까? 그 기도를 들으시고 드디어 라헬이 임신하고 건강하게 출산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아들이 라헬의 장남 ‘요셉’입니다. 영어이름은 Joseph입니다. 혹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2’ 보셨나요?”
“아니요.”
“극장에도 개봉했었고,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 혹시 보셨나 했습니다. ‘이집트 왕자 2’의 주인공이 바로 라헬이 낳은 요셉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아이들과 보십시오.”
“그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