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오늘은 제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요.”
“왜요?”
“주식을 해서 50% 수익을 얻어서 팔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팔고 나서 더 올랐어요.”
“얼마나 더 올랐길래 그러세요?”
“300%요?”
“예? 무슨 종목이길래 그렇게 많이 오르는 거죠?”
“2차 전지 관련 종목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사신 거예요?”
“정보도 있지만 주식은 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50%나 수익을 얻으셨네요. 그것만 해도 요즘처럼 불경기엔 대단한 것 아닌가요?”
“안팔았으면 3배라니까요.”
“50% 수익을 얻어서 팔 때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좋았지요.”
“나중에 올랐다는 소식을 몰랐으면 좋았을 뻔했네요.”
“그러게요.”
“이미 팔았는데 왜 주가를 계속 보셨어요?”
“주식을 하면 그렇게 돼요.”
“저는 90년대 중반 대학원 다닐 때 주식관련 책을 읽고 ‘나는 주식을 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할 돈도 없거니와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넣더라도 마음을 다 빼앗길 것 같더라고요.”
“생각 잘하셨어요. 목사님은 주식 안하시는 게 좋아요. 정말 마음 한편은 늘 신경을 쓰게 돼요. 틈만 나면 폰을 보고 있어요.”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성경이 말하는 사람의 본성입니다. 오늘 공부할 부분이 바로 재물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요?”
“야곱이 외삼촌 라반의 집에 와서 두 아내를 얻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억하세요?”
“7년이라고 하셨지요.”
“한 사람을 위해서 7년이고, 언니와 동생 두 사람이니까 14년입니다.”
“정말 긴 세월동안 고생했네요.”
“그래서 야곱이 외삼촌에게 이제는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야곱이 일을 잘했다고 했나요, 못했다고 했나요?”
“잘했다고 했지요.”
“그러면 외삼촌이 야곱이 돌아가는 걸 좋아할까요, 싫어할까요?”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외삼촌 라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여호와께서 너로 말미암아 내게 복 주신 줄을 내가 깨달았노니 네가 나를 사랑스럽게 여기거든 그대로 있으라'(창세기 30:27). 외삼촌이 야곱 덕분에 재산이 증가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한 겁니다. 그리고 야곱에게 계속 있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냥 일만 하면서 있어달라고 하면 야곱이 있을까요?”
“아니요.”
“그래서 라반이 급료에 대한 제안을 합니다. 야곱이 어떤 걸 얼마나 받고 싶은지 정하라고 했습니다.”
“그걸 받는 사람 마음대로 정해도 되나요?”
“받는 사람 마음대로 정한다면 당연히 주지 않겠지요. 받는 사람이 대충 눈치를 보고 알아서 요구해야 되겠지요.”
“그래서 얼마를 요구했나요?”
“양은 보통 무슨 색깔인지 아세요?”
“흰색 아닌가요?”
“흰색이 많죠. 그리고 베이지색도 있습니다. 혹시 얼룩양 보셨나요?”
“얼룩소는 아는데 얼룩양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야곱은 별도의 품삯을 받지 않고 앞으로 얼룩양이나 점이 있는 양이 태어나면 자신의 품삯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단색의 양이 섞이면 도둑질한 것으로 여기라고 했습니다. 그럼 품삯으로 많은 건가요, 적은 건가요?”
“그런 양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 아닌가요?”
“아마 그렇겠죠. 그러면 외삼촌 라반이 야곱의 제안을 좋아할까요, 싫어할까요?”
“좋아할 것 같은데요.”
“그렇죠. 야곱이 품삯을 많이 받아갈 가능성이 확실히 적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이 제안을 들은 외삼촌 라반이 하나의 조치를 취합니다.”
“야곱이 가져갈 것이 별로 없을텐데 또 무슨 조치를 취했나요?”
“얼룩양이나 점 있는 양들을 따로 모아서 자기 아들들이 맡게 하고, 야곱이 치는 양떼와는 사흘 길 거리를 두게 한 겁니다. 그러면 얼룩양이나 점 있는 양을 낳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거의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외삼촌 라반이 기본적인 유전법칙을 이용해 야곱이 품삯을 받을 만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겁니다. 조카가 안그래도 외삼촌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외삼촌이 수긍할 만한 조건을 걸었는데, 외삼촌은 그 작은 가능성마저도 차단해 버렸습니다. 외삼촌의 조치를 보고 야곱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었을 것 같아요.”
“성경은 재물 앞에 사람의 마음이 어떻다는 걸 외삼촌과 조카의 경우를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재물 앞에서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사탄이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별로 머리를 쓰지 않고도 여전히 사용하는 강력한 유혹의 방법이 바로 재물이니까요. 그래서 신약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마태복음 6:24)고 하셨습니다. 재물이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는데 강력한 유혹이 될 수 있다는 걸 예수님도 인정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