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암 과자 먹어야지?”

같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담배를 끊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렇다면 감사 기도라도 하라고 조언했던 친구이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구는 만나자마자 담배를 한 대 피우려했다.
“감사기도 해야지.”
“어, 그래.”

식사 후 편의점에 들렀다.
친구는 담배 한 갑을 샀다.
편의점에 자주 가지도 않을 뿐더러 한 번도 담배 진열장을 주의 깊게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친구 덕분에 담배 진열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담배갑에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등 각종 심각한 질병들이 크고 선명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친구가 택한 담배에는 ‘후두암’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리를 옮겨 공원 벤치에 앉았다.
“후두암 과자 하나 먹어야지?”
“후두암 과자? ㅎㅎ, 응, 하나 먹어야지.”
친구는 약 한 시간 동안 내 옆에서 담배 세 개피를 폈다.
다행히 바람 방향이 좋아 담배 연기가 내게 오지는 않았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포장지에 ‘후두암’이라는 끔찍한 글씨가 있더라도 30년 넘게 핀 담배를 하루 아침에 끊기가 어렵다는 건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나도 안다.
대신 친구는 술을 끊었다.
술을 마실 만한 모임도 끊었다.
친구에게는 대단한 결심이고 실천이다.
목사 친구는 술을 먹지 않고 밥만 먹으니까 만난 것이고, 담배 피는 심정을 이해하는 목사 친구라서 만난 것이다.
또 그런 이야기는 솔직하게 한다.

가끔씩 예수님을 믿으며 하루아침에 담배나 술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모두가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예외이다.
대부분은 결심하고, 어기고, 다시 결심하는 힘든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줄여 간다.
친구에게도 그렇게 설명해줬다.
금연과 금주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나 척도가 아니라고.
친구는 아직 금연은 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며 생긴 변화를 곧잘 말하곤 한다.
나는 아이의 눈빛으로 말하는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친구가 구름과자(?)를 찾지 않을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