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낮은울타리 화장실 바닥이 흥건했다.
바닥에 물이 흐를 일이 없으니 이건 분명히 어딘가 물이 새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저기를 살피니 세면대 아래쪽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냉수와 온수밸브를 차례로 잠궈 냉수밸브가 새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주일은 온수밸브만 열어 사용하도록 했다.
수요일 오전에 업체와 약속을 잡았는데, 10분 일찍 초인종이 울렸다.
익숙한 얼굴이 미소를 지으며 들어섰다.
뻥튀기 남자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1년 전쯤 싱크대 수전도 교체했기 때문에 낮은울타리도 첫 방문이 아니다.
사장님은 편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를 살폈다.
금방 물이 새는 곳을 찾아내서 그 모습을 보여줬다.
“수전을 교체하면 되겠습니다. 냉수밸브만 새고 있지만 따로 되어 있는 게 아니고 냉수밸브와 온수밸브가 하나로 수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째로 교체해야 합니다.”
“예, 언제 될까요?”
“지금 바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좋네요. 바로 해주십시오.”
수전을 교체하며 한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온수만 틀면 아무래도 안에 고무밸브나 패킹이 눅눅해지거나 딱딱해져서 몇 년만에 누수가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온수를 쓸 때도 냉수를 조금 틀어서 써주세요. 또 청소할 때 락스를 사용하면 패킹이나 수전이 상할 수도 있으니 다른 세재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 이러면 매상이 떨어지는데… 안되겠네요. 계속 락스로 청소하세요. 그래야 우리같은 사람도 먹고 살지요 ㅎㅎ”
“그러네요. 계속 락스로 청소하겠습니다.”
수전 교체 공사를 마쳤을 때, 녹차를 우려 한 잔 드렸다.
“전에는 커피를 내려주셨는데 오늘은 녹차를 주시네요.”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예전에 싱크대 수전 교체 후 권했던 커피 한 잔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녹차를 다 드셨을 때 기념으로 인증샷을 찍자고 했더니 응해주셨다.
이로써 부부 사장님과 각각 인증샷을 찍었다.
다음엔 두 분이 함께 있을 때 한번 찍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