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교단 목사님과 어울려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통합, 합동, 합신, 침례교, 루터교 목사들이 모인다.
하나의 신학적 이슈에 대해 배운 내용이 다르고 목회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나아가는 다양함을 배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모임을 만들고 인도하는 로고스서원의 김기현 목사님 덕분이다.
나도 이런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번 달 책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이었다.
내가 지난 달 스탠리 하우어워스라는 학자를 처음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말했더니 이번 달도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역작이라는 이 책을 소개한 것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이 나오면 잠시 책을 덮고 하늘이나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독서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두세 페이지마다 그래야 했다.
예전에 읽은 레슬리 뉴비긴의 시각이 참 신선하고 좋았다.
그분은 선교사 출신이니까 그런 시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사도 아닌 신학자가, 초기엔 자기가 신앙인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던 사람이 쓴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놀라웠다.
복음의 정수, 성경의 핵심, 교회의 영광을 너무도 잘 드러낸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이 내용에 비해 너무 얌전한 느낌이다.
책은 우리가 갖고 있는 힘없고 소극적인 이미지의 ‘나그네’를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뿌리부터 다르고, 존재 의미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이 세상에 있으나 이 세상에 물들 수 없는 탁월함을 가진,
개인이 아닌 공동체, 이 세상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공동체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공동체가 세상에 어떻게 드러나야 되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말한다.
책을 읽은 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이 한국에 소개된 지 오래됐고, 나름 베스트셀러로서 읽은 사람이 많은데 왜 한국 교회에는 이 책을 읽은 흔적이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 책을 읽어봤지.”라고만 하기에 이 책은 너무도 무겁다.
실로 어안이 벙벙해지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