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8 낮은울타리예배

경북 지역엔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는데, 부산도 많이 더웠다.
기온은 28도라고 했지만 체감기온은 30도가 넘는 것 같았다.
고맙게도 낮은울타리는 높은 곳에 있는데다 앞뒤 문을 열면 맞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시원하게 예배를 준비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커피머신을 청소해야 된다는 불이 들어온 것이다.
주보와 설교원고 등 준비할 것은 다 됐는데, 사도신경 공부시간에 커피를 마실 수가 없다.
‘물이 커피로 변하는 기적(?)’을 구할 때가 아니었다.
부랴부랴 설명서에 적힌대로 청소를 시작했다.
커피머신이 예민해서 기계가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거의 30분이 걸린 것 같은데 막바지에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도착했다.
그래도 예배시간 전에 끝내서 다행이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의 화제는 예배에 참석한다는 부부였다.
그분들이 편하게 앉도록 자리도 배치했다.
새로운 식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 반 염려 반인 것 같은 표정이 읽어졌다.
나도 그랬으니까.

4시가 되었지만 그들은 도착하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니 교통정체로 좀 늦었고 막 주차를 했다고 했다.
이내 초인종이 울리고 두 분이 들어왔다.
미리 준비한 자리에 앉도록 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낮은울타리예배에 대한 안내를 했다.
이왕이면 예배 후 사도신경 공부까지 참석하기를 권했다.
시간을 묻기에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고, 알아보러 온 것이니 참석하겠다고 했다.
예배시간에 성찬식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예수님을 믿는지 물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했다.
나는 그렇다면 성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참석여부는 그들에게 맡겼다.

예배후 사도신경 공부를 위해 공부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부방은 원래 나까지 최대 5명이 앉도록 되어 있다.
오늘은 나까지 8명이 공부했다.
의자 3개를 더 사놨기에 망정이지.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세팅을 마쳤다.
나만큼 새 식구가 반갑고, 배려하는 게 보였다.

오늘은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를 공부했다.
약속대로 한 시간을 했는데, 처음 참석하신 분들의 신앙질문이 이어졌다.
30분이 더 지났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그분들로부터 “목사님, 오늘 은혜의 시간시간 감사합니다”라고 문자가 왔다.
나는 초면이라 어색하셨을텐데 적극적으로 질문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음주도 뵈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겠노라는 문자가 왔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깊어지는 주일밤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