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대화를 통한 배움

비신자와 모임 시간이 정해지면 외출을 했었더라도 보통 1시간 전에 낮은울타리에 도착해서 준비를 한다.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하고, 방향제를 켠다.
커피 머신의 원두를 채우고, 간식과 음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내가 먼저 커피를 내려 맛을 보면서 그날 다룰 성경의 내용이나 대화가 잠시 중단될 때 어떤 화제를 꺼내면 좋을지 생각한다.

어제는 처리할 일이 있어 30분 정도밖에 여유가 없었다.
장마철에 잠시 만난 선선한 날씨 덕분에 옥스퍼드 셔츠, 치노 바지, 캐주얼 구두로 멋을 냈지만 노트북을 넣은 백팩을 맨 채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뻥튀기 가게 앞에서 구두 앞코가 보도블럭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 장면을 뻥튀기 사장님이 봤고, 나는 인사만 하고 낮은울타리를 향해 계속 달렸다.

모임을 마치고 해질녘이 되어 돌아오는 길에 뻥튀기 사장님을 다시 만났다.
여유롭게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을 때다.
내가 미소로 인사만 하고 지나가려는데 뻥튀기 사장님이 말을 걸었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셨어요?”
“모임 준비를 하느라고요.”
“이것 좀 드시고 여유를 가지세요.”라며 갓 나온 뻥튀기 두 개를 내미셨다.
아까 넘어질 위기를 겨우 넘기며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 때문인가 보다.
긴장된 마음으로 3시간 정도 보냈으니 내겐 여유가 필요했다.
발걸음을 사장님께로 돌려 따뜻한 뻥튀기를 받아들었다.
한 입 깨물었다.
역시 뻥튀기는 갓 구워낸 것이 가장 맛있다.

“양파맛 뻥튀기 제작은 성공하셨습니까?”
“안만들기로 했습니다.”
“왜요? 맛있던데…”
“양파에 단맛이 있어서요.”
“그래서 더 맛있는 것 아닌가요?”
“그 단맛 때문에 많이 먹을 수 없다는 겁니다.”
“적당히 먹게 하는 기능까지 있고 딱 좋네요.”
“그러면 저희 매상이 오르지 않지요.”
“아… 그렇군요.”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

그러고 보니 요즘 내가 두 주째 뻥튀기를 사지 않았다.
“저희 딸들이 반지 모양 뻥튀기를 한 봉지씩 끼고 먹더니 요즘은 통 먹질 않네요.”
“다 때가 있습니다. 계속 먹을 수 있나요. 한동안 쉬다가 또 먹겠지요.”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식견이 보통이 아니다.
뻥튀기 사장님에게서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