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롬팔이팔(2)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구절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합력’이란 단어입니다.”
“합력이요? 왜요?”
“예, 왜냐하면 ‘합력’이란 단어는 잘 쓰지 않거든요. 보통 힘을 합친다는 의미로는 ‘협력’이란 단어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협력과 합력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혹시 두 분은 문과나 이과 중 어느 쪽이세요?”
“저는 문과요.”
“저는 이과요.”
“저도 문과인데, 이과에서는 ‘벡터’라는 걸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벡터’ 기억하세요?”
“에…”
“몇십 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습니까? 물리학에서 힘을 나타낼 때 화살표를 이용하잖아요?”
“그렇죠.”
“힘이 세면 화살표가 길고, 힘이 약하면 화살표가 짧고요.”
“기억나요.”
“벡터는 힘의 크기와 함께 방향도 있는 겁니다. 제가 저 구절을 설명하기 위해 벡터의 개념을 좀 가져오겠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노력을 많이 하겠지요? 그걸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패드에 검은 색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가로로 화살표를 그렸다.
다들 모니터로 눈이 향했다.
“협력은 같은 방향으로 힘을 더 보태는 겁니다. 이건 이해되시죠?”
“예.”
“그런데 하나님은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싶으신 겁니다.”
처음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우측 하단으로 경사지게 파란색 점선으로 화살표를 그렸다. 
“이미 오른쪽으로 가고 있으니 우측 하단으로 가게 하려면 어떤 힘이 작용해야 할까요?’
“아래쪽으로요.”
“맞습니다.”
출발점에서 아래쪽으로 빨간 실선으로 화살표를 그렸다.
“내가 가려는 인생에 갑자기 엉뚱한 일이 생기는 겁니다. 내가 가는 방향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장애물 같아요. 그런데 그 사건 때문에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일이 일어나는 당시에는 잘 모릅니다. 그 사건들에 갇혀 있어서 보이지 않으니까요. 이건 동쪽으로 가야하나 서쪽으로 가야하나? 학생들로 하면 어느 대학에 가야하나?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솔직히 하나님은 어느 대학에 가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거든요. 하나님의 관심은 우리 조건이 아니라 우리 자체에 있습니다. 나중에야 ‘아, 하나님이 날 이렇게 만드시려고 그런 일을 겪게 하셨구나.’라고 깨닫는 겁니다. 화살표 그림을 보면 양쪽 힘이 합쳐져서 결국 한 방향으로 갑니다. 그래서 ‘합력’인 거죠.”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