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그룹1] 주기도문(4) – 하늘에 계신

“주기도문의 처음은 ‘하늘에 계신’으로 시작합니다. ‘하늘’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세요?”
“뭔가 높고 신비하고 도달할 수 없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날지 못하니까?”
“맞습니다. 땅은 신대륙도 발견하고 탐험하지만 하늘은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죠. ‘하늘에 계시다’라는 건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 이 땅에 사는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라는 걸 말합니다.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하늘이나 우주가 그렇게 신비롭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미지의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고대에는 오죽했겠습니까? 고대에는 말 그대로 하늘은 인간과는 존재 자체가 다른 신만 있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곳에 계시는 분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이상한 표현이 나옵니다. 솔로몬이라는 왕을 아세요?”
“예. 들어본 적 있습니다.”
“보통은 지혜로운 판결을 내린 왕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성경에는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지은 왕으로 나옵니다. 성전을 완성한 솔로몬 왕이 기도를 하는데 이상한 표현을 씁니다.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하나님을 용납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이 성전이겠습니까?’라는 겁니다. 옛날 신전은 당연히 신이 그곳에 거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성전은 처음부터 하나님은 거기 없다는 겁니다. 다만 하나님이 자비를 베풀어 성전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만나주신다는 겁니다. 그럼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하늘들의 하늘에도 계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늘들의 하늘’이란 말 들어보셨어요?”
“아뇨. 이런 말 들어본 적 없어요.”
“마블 세계관은 들어보셨죠? 동시대에 이쪽 세상도 있고, 저쪽 세상도 있는.”
“예, 세상이 서로 연결되고…”
“영화에서나 나오는 멀티버스인 겁니다. 솔로몬은 정말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을 다 포함하는 하늘이라도 하나님을 담을 수 없다는 겁니다.”
“왜죠?”
“하나님은 그 모든 세상과 우주를 만드신 분이니까요. 태양이 있고, 태양 주변에 지구를 포함은 8개의 행성이 있고, 그 행성에는 각 위성들이 있습니다. 각각 궤도를 달리해서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지요. 그런데 태양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전과 공전을 합니다. 태양은 고체가 아니라 가스덩어리라서 극지방과 적도의 자전주기가 다르거든요. 태양의 평균 자전주기는 25일입니다. 이 태양이 지름 10만 광년인 우리 은하계 중심에서 3만 광년 떨어져 있는데 천천히 공전을 합니다. 그 공전주기가 2억 3천만 년이라고 합니다. 정말 천천히 도는 것 같죠. 그런데 공전 속도는 시속 80만km 정도라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속도인 겁니다. 그 정도 속도로 달리는 데도 한 바퀴 도는데 2억 3천만 년이나 걸린 답니다. 그런데 행성과 위성들이 그 태양을 따라가면서 공전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태양만 아니라 은하계에 가득한 항성과 행성과 위성들이 다 그렇게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 은하만 있는 게 아니죠 우리 은하같은 은하가 수천억 개가 있다고 합니다. 이 모든 물질과 질서를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에게만 ‘창조’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이 작은 지구에 사는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거죠.”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우주와 모든 별들과 그 별들의 움직임까지 다 만드셨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느낌이 좀 새롭네요.”
순간이었지만 엄청난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깃든 것 같은 묘한 표정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