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 끼인 것 같아요.”
성경공부 모임을 마칠 무렵,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 나와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한 분이 자조적 고백을 했다.
이분은 이분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오래 기도해온 기독교인의 소개로 2021년 7월 처음 만나 성경공부를 시작했고, 내 저서 ’대화로 푸는 성경‘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그러니 나와 모임을 한지 만 2년이 넘은 것이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이분은 마음이 많이 열렸고, 어려움이 있을 땐 내게 기도부탁을 하기도 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의 구원을 위해 무슨 일을 하셨는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시는지 등을 진지하게 배웠다.
하지만 집안이나 가정의 분위기 때문에 일요일에 시간을 빼거나 예배를 참석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최근 주기도문 공부를 시작했고 오늘은 함께 주기도문에 나오는 대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러보자며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고 모임을 마쳤는데, 대뜸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니요, 힘들고 답답한 일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주여!’부터 먼저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 입장을 생각해 보면 불자도 아니고 기독교인도 아닌 것 같아서 좀 힘드네요.”
“불교 집안 분인데 성경공부를 하시려니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사실 모태신앙인 저같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일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진리라고 믿고 세상을 보는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어려움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요. 이게 배터리 갈아 끼우거나 프로그램 깔듯이 순식간에 끝나도 집안과 가족 사이에서 생활할 때 힘들텐데, 기독교에 대한 것을 하나씩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상태로 집안과 가족 사이에서 처신하시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를 처음 만나셨을 때와는 많이 달라지신 걸 느끼시죠?”
“예.”
“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거든요. 제가 신비한 능력이 있어서 이런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겁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오래 성경공부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 어려움을 함께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한 것처럼 매일 OO씨와 가족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네요. 하나님이 이 힘든 과정도 다 지켜보고 계신 줄 압니다.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