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죄’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 준칙에는 법과 도덕이 있습니다. 지하철에 어르신이 타면 자리를 양보한다든지, 식탁에서 어른이 수저를 들고 먼저 드시기 전까지 기다린다든지 하는 건 도덕입니다. 이런 도덕을 어긴 사람을 죄인이라고 하나요?”
“아니죠.”
“도덕을 어기면 버르장머리가 없다거나 못 배웠다라고 하지 ‘죄인’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도덕이 아닌 법을 어겨야 ‘죄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법을 어긴다고 ‘죄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신호나 차선을 위반을 하면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인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건 범죄라는 인식이 별로 없습니다. ’급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걸 어긴 사람에 대해 자타가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생각하던가, 말을 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명백하게 위법한 ‘행위’를 했는데, 그것이 사람들 의식 속에서도 심각하게 죄라고 여겨져야 ‘죄인’이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기독교의 죄의 개념과 큰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는 죄의 기준이 다른 겁니까?”
“기독교는 죄에 대해 다른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말하는 ‘죄’는 하나님과 격리 또는 단절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타락한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겁니다. 하나님과 격리된 상태를 죄라고 하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갖는 모든 생각, 말, 행위 역시 모두 죄입니다. 심지어 그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이타적이고 정의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명백한 범법 ‘행위’가 있어야 있어야 하는 일반적인 ‘죄’ 개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이런 용어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기독교에서 ‘죄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태를 ‘죄’라고 하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다르네요. 이런 설명이 없으면 전혀 이해할 수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