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자살예방 걷기

LifeHope 김주선 국장님이 9월 7일부터 진행중인 부산-서울 자살예방 걷기 캠페인에 지난 9월 8일(금)에 이어 9월 14일(목)에 한 번 더 동참했다.
아무리 ‘극단적 선택’이란 단어로 유화시키려고 해도 ‘자살’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다가온 사망원인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살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너무 멀어져 참여를 위한 이동이 너무 부담되기 전에 참여하고 싶었다.

자살예방 걷기 캠페인 일정 [자료사진 라이프호프]

14일(목) 대실역-약목역 구간이 시간과 거리가 맞아 보였다.
13일(수)에 대구 시내를 지나고 있는 김 국장님에게 문의를 했더니, 일기예보상 비가 많이 내린다는 14일에 동행자가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좀 그랬는데 연락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동행자가 없다는데 동행자가 될 수 있어 감사하기도 했지만 내심 조금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매일 걷기 캠페인 내용이 SNS에 올려지는데 남녀가 단둘이 5시간 넘게 호젓한 길을 걸었다는 것이 혹시라도 덕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마음이 쓰였다.
전에 시간을 낼 수도 있다고 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독교 도서관을 운영중인 정민교 목사님에게 동참가능여부를 물었고, 역시 일정을 조정해서 참여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14일엔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서 판초, 등산화 등 비를 맞으며 갈 수 있는 장비를 준비했다.
비를 맞으면 체온이 떨어질 것 같아 체온을 유지시켜 줄 긴팔 옷도 챙겼다.
물론 이번 걷기 캠페인을 위해 제작된 반팔 티셔츠도 넣었다.

오전 9시에 정 목사님이 우리집 앞에 와서 주차했다.
내가 운전해서 랑데뷰하기로 한 신동역까지 2시간 30분을 가서 이미 아침에 장대비를 맞으며 작은 산 하나를 넘은 김 국장님을 만났다.

오후 걷기 직전 신동역에서 [사진 김주선]

직원들의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 너무도 한산한 신동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출발했다.
얼마 되지 않아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너무 오랜만에 신은 방수 등산화의 밑창이 벌어져 걸을 때마다 덜렁거려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다행히 가까운 편의점이 있어 공업용 본드를 사서 임시조치를 했다.
본드가 붙을 동안 어차피 걷지 못하니 차라리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밑창이 떨어진 내 등산화 [사진 강신욱]

점심을 먹고 걷기 시작했다.
너무도 감사한 것은 그때부터 비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가 내리쬐지도 않았다.
적당히 구름이 낀 덕분에 해가 가려져 걷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된 것이다.
판초 등 준비한 옷들 때문에 가방은 커지고 첫날보다 무거웠지만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고 감사했다.

당일 날씨와 풍경

중간쯤에 위치한 왜관역에 도착해서 인증샷을 찍었다.
당일이 걷기 캠페인 7일째라 손가락으로 7 모양을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7 모양을 만들고 왜관역 앞에서 [사진 김주선]

9월 8일 호포역에서 원동역까지 약 20km, 약 3만 보를 걸었다.
한 번 더 걸을 생각이었기에 그 후로 하루에 1만 보 걷기를 사흘 정도 더 했다.
덕분에 걷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비도 오지 않아 걷기에 참 좋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또 벌어졌다.
본드로 붙인 오른쪽 밑창이 접착이 되지 않고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왼쪽 밑창도 뒷쪽이 벌어졌다.
양쪽 밑창이 다 떨어져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혹 주유소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는 국도를 걷고 있을 때여서 난감했다.
다행히 김 국장님이 오전에 우중에 산을 넘을 때 사용한 우레탄 신발싸개를 내밀었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힘을 주어 당겨 밑창이 떨어진 등산화를 덮었더니 요즘 새롭게 특이한 디자인으로 나온 스포츠 슈즈같은 느낌이었다.

우레탄 신발싸개로 덮은 등산화 [사진 강신욱]

그렇게 또 두 시간 넘게 걸었다.
우레탄 신발싸개도 이곳저곳이 떨어져 갈 무렵 목적지인 약목역에 도착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7일째 걷기를 무사히 마친 약목역전에서 [사진 김주선]

가까운 식당에서 해냈다는 기쁨과 허기를 채우며 몸의 긴장이 풀었다.
문제는 다시 내 승용차를 주차한 신동역까지 가야한다는 것이다.
왜관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왜관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신동역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로 1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다시 신동역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캄캄해진 다음이었다.
다시 2시간 30분을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총 5시간을 운전하고, 5시간을 걷고, 1시간 버스를 탄 하루였다.
너무 피곤했지만 피곤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을 7일째 하고 또 내일도 아침부터 걸어야 하는 김주선 국장님이 생각나서이다.

누군지 모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지와 오해로 왜곡된 자살예방운동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동참하고, 누군가는 기도한다.
수도권에 있는 누군가가 이 의미있고 좋은 일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약목역 대합실에서 다음 동참자를 기대하며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일단 살리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죄인의 형상을 입고 오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존중은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