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일요일에 낮은울타리 야유회를 가졌다.
약 1년 전 갈라디아서 공부를 마쳤을 때인가 책거리 겸 같이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신 적이 있지만 평일이었고, 일요일에 일상적인 예배모임 대신 야유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단풍 구경을 가야했는데 단풍 구경을 하려면 산으로 가야하지만 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하산할 때 어렵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자고 했다.
그래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는 것으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알아서 하도록 맡겼다.
그전 일요일에 모였을 때의 표정에서나 단톡방에서 이미 낮은울타리 식구들의 즐거움이 보여서 나도 행복했다.
집결지는 케이블카 근처의 식당이었다.
이른 점심 식사를 하고 오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10시 30분에 모여 오리불고기, 토종닭백숙, 메기매운탕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어차피 케이블카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배를 채워도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당일 기온이 너무 떨어져 추운 날씨여서 뜨끈한 국물과 다양한 단백질에 모두가 만족했다.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요일이라서 사람들로 붐볐다.
케이블카 티켓 예매가 되지 않고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고 해서 남양산에 사는 한 가정이 아침 일찍 미리 와서 구입하는 수고를 감당해주셨다.
전기차를 운행하시기 때문에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일 수 있다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케이블카 주차장에 주차하기가 참 어려운데 일찍 오셔서 주차하신 덕분에 식구들이 주차장에서 추운 날씨를 녹이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캠핑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집에서부터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가져오면 물이 식을 수 있지만 주차장에서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은 후 케이블카를 타면 산 정상 휴게실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강풍이 불어 케이블카 운행이 느려졌다.
때문에 원래 12시 35분에 케이블카를 타기로 되었는데 20분 늦게 타게 됐다.
대합실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좋은 구경을 한다는 기대 덕분인지 다들 표정이 밝았다.
나는 5년 전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
덕분에 케이블카를 탔을 때 반대편 백운산이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팁을 식구들에게 전했다.
케이블카가 움직이고 어느 지점이 되었을 때 백운산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백호 바위 안내가 나왔다.
왼쪽을 바라보는 허리가 긴 백호는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고 하는데, 착한 내 눈엔여전히 장관이었다.
다행히 낮은울타리 식구들 모두에게도 백호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