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교역자 상담

나는 2011년 초부터 공황장애를 앓았고, 다양한 증상을 경험했으며, 신경정신과 치료, 한의학 치료, 상담 치료 등을 받아봤다.
의외로 공황장애나 불안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신이 그런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앓고 있으면서도 정신병자로 취급 받는 것이 두려워 부인하거나, 치료를 받고 싶어도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일찌감치 아픔을 공개했는지라 간혹 그런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다.
난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려움을 공감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좋은지 형편에 맞게 알려준다.

얼마전 어느 교회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교회 전도사님이 공황장애로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상황을 들으니 많이 딱했다.
만남 자체도 쉽지 않을 것 같았으나 다행히 만남이 성사됐다.
담임목사님도 이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서 3명이 같이 만나자고 했다.

난 우리 동네 빵집에서 단팥빵과 크림빵 등 옛날 스타일 빵들을 몇 종류 사갔다.
공황장애 앓는 사람들이 보통 자기 억제를 하는 부분이 있고, 생각의 가지를 많이 뻗치느라 피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좀 달고 맛있는 빵으로 자기 억제도 느슨하게 하고 두뇌에 충분한 당분도 보충해서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준비했다.
내가 빵을 사온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먼저 단팥빵을 골랐고, 그 전도사님은 옛날크림빵을 골라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공황장애의 어려움을 토로하신 분은 예상대로 착하고, 똑똑하고, 외모든 내면이든 자기 관리에 엄격하고, 생각이 많고, 세심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맡지 않은 일까지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먼저 전도사님의 증상과 생활 속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들었다.
전도사님은 “지금 열심히 사역을 해야 하는데 왜 하나님이 내게 이런 어려움을 주시는지 모르겠다.”며 고통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나는 시편의 말씀을 인용하며 내가 공황장애를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고통 속에서 더 크신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노라고 공황장애의 유익을 고백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71)

“현대 도시사회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마 치료 받고 있으면서도 약점 잡힐까봐 무서워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죽을 것 같은 고통과 공포를 안고 살더라도 겉은 멀쩡하니까 동정이나 위로를 받지 못하고 사는데 ‘저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요.’, ‘얼마나 힘드세요?’라고 공감만 해줘도 위로를 받더라고요. 전도사님이 너무 힘들어하는 공황장애가 사역의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사역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헨리 나우엔의 책 제목처럼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는 거죠. 예수님이 이 땅에서 오해 받고, 모욕 받고, 수치를 당하고, 비참하게 죽으셨기 때문에 우리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마음 놓고 우리 속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요. 하나님이 이유없이 전도사님을 힘들게 하시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 이렇게 아픈 누군가를 받아 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잘 세워주시기 위해 먼저 아픔을 겪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먼저 아팠기에 이렇게 전도사님에게 조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목사님 말씀 듣고 보니 깨달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고통과 아픔이 그것으로만 끝난다면 너무 비참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품고 살릴 수 있는 자산으로 아름답게 사용하신다.
나의 연약함을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해 주시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