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법대 89학번 동기들을 만났다.
신년회 겸 만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일정보다 동창들과의 만남을 우선한다.
나도 참석하겠다고 했더니 친구 한 명이 내가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것을 봤다며 “방송 탄 강 목사님도 참석하십니다.”라는 글과 함께 영상링크를 단톡방에 올렸다.
사정상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이 모임에 우선순위를 두고 참석하는 친구들이 주로 모인다.
전공과 관련하여 관공서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고 대학이나 금융사에 있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동창을 만날 때는 계급장을 다 떼고 50대 중반 남자들로서 다른 데서 할 수 없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다들 비슷한 형편이니 서로 진심어린 격려를 한다.
“그래, 한 잔 하자!“
”힘내고 살아보자!“
비신자 친구가 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자기 지인 중에 기독교인이 있는데 “혹시 네 동기 중에 ‘강신욱’이라고 아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TV에 나왔는데 부산대 법학과 출신이라고 해서 물어봤다는 것이다.
나는 농담으로 “혹시 내 흑역사를 들으려고 물어본 것 아니냐?”라고 했더니 친구는 “그럴지도 모르지.”라고 받아줬고, 다른 친구들도 한바탕 같이 웃었다.
1차를 마칠 때 총무를 맡은 친구가 ”교회 다니면 목사님한테 기도 받는 것이 정말 의미있는데 우리 동기 중에 목사님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 사는 게 힘든데 우리 친구 목사한테 기도 좀 받자.“라고 했다.
현재 교회에 다니는 친구는 한 명밖에 없지만 다른 친구들도 동의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다들 인생이 자기의 노력과 수고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난 친구들이 50대 중반의 가장으로서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건강과 지혜를 주시기를, 인생의 고비와 전환을 잘 감당하게 하시기를 기도했다.
1차를 마치고 나는 집이 해운대 방면인 친구 둘을 태우고 먼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