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하러 낮은울타리에 오시는 분들 중 낙동강 근처 대저에서 오시는 분이 있다.
그곳은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고 이분도 마찬가지이다.
집도 그곳에 있다.
해가 지면 가로등도 없는 그곳에서 격주로 성경공부를 하러 대중교통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2시간 가까이 오시는 것이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더 캄캄하고 그래서 일찍 집에 들어갑니다.”
“거기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있습니까?”
“마을버스를 타고 갑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해가 지면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서 억수로 캄캄하거든요. 그러면 마을버스에서 내려 집에까지 가는 길이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서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세요?”
“제가 사는 데가 거의 종점이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 가까이에 가면 버스에 기사 아저씨하고 저밖에 없어요. 그런데 전에 비오는 날에 마을버스 아저씨가 ‘이래 비가 오면 귀신 나올 것 같은데요.’라고 그래가지고 제가 기사 아저씨한테 ‘아저씨, 안그래도 무서운데 그래 이야기하면 우짭니꺼? 저 무서워서 못내리니까 우리집 앞까지 태워다 주이소.’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니까 기사님이 뭐라고 그러세요?”
“집에 들어갈 때까지 라이트를 비춰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진짜요? 정말 좋은 기사님이네요.”
“그래서 그날은 덜 무섭게 갔다 아입니꺼.”
“오늘은 내릴 때 마을버스 기사님 잘 보십시오.”
“왜요?”
“기사님이 ‘아직도 내가 사람으로 보입니까?’ 할 겁니다.”
“예? 아아아아악! 목사니~임! 오늘 집에 어떻게 가라고 그랍니까? 너무 무서워서 이제 마을버스도 못타겠네. 큰일났네.”
“ㅎㅎㅎㅎㅎㅎㅎㅎ”
“목사님, OO가 오늘 집에는 다갔습니다. ㅎㅎㅎ”
같이 성경공부하는 언니도 폭소를 터뜨리며 한 마디 거들었다.
“사실 저도 겁이 많거든요. 예전엔 그런 캄캄한 길을 걸을 땐 저도 뒤도 안돌아보고 걸었습니다. 무슨 소리가 나면 너무 무서워서 고개도 못돌리고 눈동자만 좌우로 굴렸지요.”
“목사님도 그랬어요?”
“그럼요. 목사도 사람인데요. 그런데 요즘은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수도권에서 담임목사할 때 가끔씩 자정 가까이 저 혼자 교회당에 있었던 적도 있거든요. 그럼 전등 다 끄고 캄캄한 예배당 한 가운데로 지나가고, 어둡고 긴 복도도 지나가고, 긴 계단도 혼자 내려와서 나갑니다. 옛날같으면 무서워서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됐습니까?”
“어떤 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꿈에 마귀를 만났는데…”
“목사님 꿈에도 마귀가 나타납니까?”
“마귀가 목사와 보통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목사님들은 꿈에 예수님과 천사만 나타나는 줄 알았습니다.”
“바라는 바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꿈에 마귀를 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하고 딱 굳어버렸습니다.”
“그래서요?”
“성경에는 마귀를 쫓아내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죠. 그러다가 깨고 나니 제가 너무 멍청하고 부끄러워서 울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쫓아내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으니까요.”
“마귀를 쫓아내는 방법이 있습니까?”
“예, 그래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것도 연습을 합니까?”
“그럼요. 그때가 고등학생이었는데 하교하면 책상에 앉아 먼저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를 큰소리로 열 번을 외쳤습니다. 그리고나서 책가방 정리를 하고 숙제도 했습니다.”
“그래서요?”
“그렇게 한 달쯤 했을 때 다시 꿈에서 마귀를 봤습니다. 역시 너무 무서워서 눈동자를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하면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기억해 냈는데 그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꿈 속에서 ‘뭐더라, 뭐더라’하다가 겨우 생각해 냈습니다. ‘아, 예수님의 이름으로하면 된다.’ 참 놀라운 건 제가 입으로 아직 말하지도 않고 머리 속으로 그 답을 떠올리기만 했는데 마귀가 갑자기 아주 고통스러워하면서 도망가더라고요. 너무 통쾌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오기만 해봐라.’라고 자신만만해졌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무서운 것이 사라졌습니다.”
“아, 신기하네요. 저는 너무 겁이 많고 그런 게 무섭습니다.”
“그럼 가르쳐 드릴게요. 저를 따라해 보세요.”
“예.”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
“귀신아, 물러가라.”
“붙여서 해볼까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
“더 자신있게 소리 내서 세 번 해보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귀신아 물러가라.”
“내가 소리 내서 할 때 내 귀도 듣습니다. 그러면 내 입의 말에 내 귀가 듣고 반응합니다.”
“신기하네요. 제가 해도 목사님처럼 될까요?”
“제가 능력이 있어 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이 능력이 있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름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도 무서우면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되어 두 자매가 신을 신고 낮은울타리 현관을 나섰다.
언니분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따, 오늘도 마이 웃었다.”
“ㅎㅎㅎ 맞다, 맞다. 오늘 진짜 마이 웃었다”
“저도 오늘 덕분에 많이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