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부터 10일까지 집회 강사로 제주를 방문한 것이라 관광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만한 포인트로 가지 않았다.
다만 식사나 만남을 위한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잠깐 멈춰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다.
첫날 오전 집회를 마치고 점심식사 메뉴를 묻길래 “덕성원 게짬뽕”이라고 했다.
2012년말부터 6개월간 서귀포시에 살면서 요양할 때 가까이 있던 식당에서 우리 가족이 즐겼던 메뉴이다.
톡 쏘는 듯한 매운 맛이 싫어 짬뽕을 먹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즐기는 짬뽕이다.
나는 나 혼자라도 가 볼 생각이었기에 별 생각하지 않고 말했는데, 제주에 사는 분들에게는 차로 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엄청난 거리였다.
오랜만에 짬뽕 국물이 밴 게살을 먹는 맛이란…
멀리 식사하러 온 덕분에 예전에 우리 가족이 6개월간 지낼 때 거의 시간을 보냈던 세연교를 방문할 수 있었다.
저 세연교를 건너 새섬의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고 오는 것이 요양하는 나를 위한 우리 가족의 중요한 일상이었다.
제주에 오면 꼭 다시 찍고 싶은 것이 있었다.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가족들과 함께 식당을 찾아 다닐 때 가끔씩 찾던 ‘만나와메추라기’라는 보리밥집이 있었다.
속이 편한 맛집이기도 했지만, 차 두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 2층 높이의 동백나무가 있었다.
그렇게 큰 동백나무도 처음이거니와 그 동백나무를 가득히 그리고 점점이 채운 선홍빛 동백꽃이 신비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 동백꽃이 떨어져 반지름 약 2미터의 빨간 융단을 이룬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3월 초라 기억에만 선한 그 모습을 다시 사진에 담고 싶어 그 집을 방문하려 했다.
어느 목사님 가정과의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이라 잠깐 들르려 했는데 내비게이션에 쳤더니 그 집이 아니었다.
지도가 아닌 포털사이트로 가서 옛 기록을 찾았고 옛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 식당이 아닌 다른 업소가 있었다.
만약 그 업소가 있었다면 난 들어가서 사장님 부부에게 인사를 했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걸 실감했다.
그나마 그 동백나무가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사진을 찍으러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갔다가 더 크게 놀랐다.
경악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동백나무 아래가 잘려 있었다.
원래는 덤불 아래까지 가지와 잎이 무성했는데.
그 땅을 개발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 크고 좋은 나무를 벤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에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드라이브로 마음을 달랬다.
멀리 한라산이 보였다.
보통 제주에서 높고 커서 한라산이다 싶어도 오름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라산은 높아 구름이 걸릴 경우가 많고 자태를 잘 보이지 않기에 차를 길 가 빈 공간에 세웠다.
마지막 날 새벽 집회를 마치고 이 목사님은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마시자며 이동하는데 옛날 일본군이 비행장과 격납고로 썼던 곳이라고 알려줬다.
가까이는 4.3사건과 관련된 장소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자리, 잘 보고 마음에 새겨야 하는 자리이다.
푸르고 무성하게 자라는 대파처럼 우리 다음세대가 아픈 역사를 교훈 삼아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라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