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식구들의 배려로 오후 2시에 예배하기로 했다.
덕분에 오전에 푹 쉬면서 여독을 풀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를 준비하며 기다렸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1시쯤 낮은울타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일러를 켰다.
성찬식을 준비하고, 주보와 설교 원고 인쇄했다.
그런데 인쇄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노트북에서 전송도 잘됐고, 프린터도 인쇄를 시작했다.
그러나 인쇄속도가 엄청 느렸고 마치 용지가 프린터에 끼어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2시가 되었는데도 주보 인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늘은 두 가정이 부모님을 모시고 각각 다른 교회로 가서 예배하는 사정이 있었다.
아침까지는 그것이 아쉬웠지만 주보 인쇄가 순조롭지 않자 그것마저도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두 가정만 참석하는 예배가 되어 공부방의 의자를 꺼내지 않고 모두 소파에 앉았다.
주보가 나오기까지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교제를 나눴다.
그동안 컴퓨터를 잘 다루는 청년이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유용한 앱을 설치해주었다.
드디어 주보가 다 나왔다.
때문에 20분 정도 늦게 시작한 것 같다.
주보 인쇄가 너무 늦어지고, 시간이 지체되자 평정심을 잃었던 모양이다.
‘성도의 감사와 찬양’ 시간을 빠뜨린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은 아무도 순서가 빠진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배려심이 많아서일까, 식구들도 깜짝 잊은 것일까?
예배를 마치고 다시 다과를 하며 지난 토요일에 의정부에 가서 김현정 성도의 공방 완공 예배를 드린 이야기, 관련된 에피소드를 나누는데 몇 번이나 웃음이 터졌다.
이런 식구들과 주일을 보낸 것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