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만남과 여러 일정이 많았고 감기몸살까지 겹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얼마전 합신 동기인 김현강 목사로부터 우포늪 걷기가 참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걸 같이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매일 아침 송정 해변을 걷기는 하지만 일상을 떠나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너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이런 몸과 마음의 요구를 무시해서 병을 얻었기에 이제는 예방차원에서라도 여유를 찾으려 한다.
아침에 후원 교회에 후원 감사 및 기도 편지를 보내고 김 목사가 있는 진해까지 가서 김 목사의 차로 옮겨타고 우포늪으로 향했다.
우포에서 목회하는 같은 교단 정석중 목사님께 인사겸 연락을 드렸더니 마침 방문하러 오신 분들과 점심식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분들이 안면이 있는 분들이라 같이 식사를 하게 됐다.
정 목사님은 우포늪 사진만 찍는 정봉채 사진가를 아느냐고 물었고 모른다고 하자 마침 연락이 되었다며 우포늪을 보기 전에 정봉채 갤러리를 먼저 구경하면 어떤 시선으로 우포늪을 보면 좋은지 알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정봉채 갤러리로 향했다.
20평 남짓 되는 갤러리와 역시 20평 남짓 되는 작업실이 작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먼저 사진 작품을 구경했는데 사진이 아니라 마치 유화처럼 보이는 작품들이 내 눈을 끌었다.
이어 작업실에서 작품영상을 보고 설명을 듣다가 일행 중 한 명이 질문을 했다.
“우포늪은 언제가 가장 좋습니까?”
“늘 가장 좋습니다. 다만 그 때를 제대로 보지 못할 뿐입니다.”
우문현답이었다.
나는 갤러리로 돌아가서 봐둔 작품을 골랐다.
내 눈을 끌었고 내 마음을 채우는 한 사진이 있었다.
그냥 가면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았다.
어두컴컴해서 앞이 잘보이지 않는 우포늪을 작은 배를 타고 가는 한 사람을 찍은 작품인데 그 배를 향해 비춰지는 빛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나는 그 사진에서 나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일행 중 작품을 산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정봉채 사진가님께 작품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자고 청했다.
원래 목적지인 우포늪을 향했다.
나름 유명하다는 우포늪 징검다리를 건너 본격적으로 우포늪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우포늪은 늪과 습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아름다왔다.
사진 작품들을 본 다음이라 그런지 우포늪이 놓치고 싶지 않은 피사체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었지만 눈으로 보는 것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사진보다 눈에 더 담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솜씨에 대한 경탄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