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하시는군요”

분명히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 발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길을 두드리며 가려니 방향과 속도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다.

3월 17일 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 김남순 소장님이 출장으로 부산에 오는데, 꼭 우리 부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김 소장님은 돈이 우상이 되기 쉬운 은행과 증권회사의 임원을 역임한 후, 2000년대 초부터 수백 회의 재정 강의와 수천 건의 컨설팅을 통해 ‘사람은 돈의 선한 관리자’임을 전하는 분이다.
2012년 청년연합집회에서 강사와 실행위원으로 짧게 만나고 그동안 SNS로 안부를 확인하다가 9년 만에 만나는 것인데, 식사를 대접하며 우리 가정이 하고 있는 일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 올 때도 밀양에서 일을 보고 내려 오시고 다음날도 네 건의 미팅이 있는 피곤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신 것이다.

우측부터 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 김남순 소장, 정건주 이사, 우리 부부 [사진 식당직원]

9년만의 만남이지만 SNS에서의 소통이 있어서인지 마치 얼마전에도 만났던 것처럼 악수가 어색하지 않았다.
김 소장님은 여전한 미소와 겸손함으로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나는 먼저 김 소장님이 어떤 일을 하시는 건지 여쭙고 구체적으로 들었다.
대학에서의 전공과 첫 직장, 전공과는 다른 금융회사로의 이직,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의 임원 경력, 그리고 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를 열게 된 계기, 우연한 기회에 선교사대회에서 재정강의를 하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현재 기독교계에서 가장 폭넓게 활동하는 재정전문가가 된 사연 등.
일반 파스타 식당에서 볼 수 없었던 메뉴가 있는 정통 이탈리아식 음식들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직접 쓰신 책도 서명하고 선물해 주셨다.


카페로 자리를 옮겨 우리 가정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강 목사님은 어떤 사역을 하신다는 것입니까?”
“사람들이 50전후가 되면서 인생의 의미 대해 생각도 하고 종교에 대한 관심도 가져 교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존 교회는 기존 신자들에게만 익숙한 방식의 메시지와 운영방식을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만 해도 예배에 참석했다가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강 목사님은 어떻게 하십니까?”
“처음엔 제 친구들도 제가 목사니까 제가 불편할까봐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꺼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정적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담임을 그만두니 이제 관련자가 아닌 줄 알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성경이나 교회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제가 설명을 해서 오해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합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겠군요”
“보수 교단 신학대학원 과정에서는 잘 배우지 않는 사본학 관련 서적을 읽고 성경의 정경성에 대해 질문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구약은 얌니아회의에서, 신약은 카르타고회의에서 결정했으니 결국 사람이 성경을 결정한 것인데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확신할 수 있냐면서 말이죠”
“질문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군요”
“예, 기존 신자들에게선 거의 나오지 않는 질문이죠. 사회 경험도 많은 50대가 이후의 삶을 귀의하려고 할 때 더 정확하게 점검하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내심 긴장을 많이 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을 하시는 거군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이런 분들에게 복음을 전해서 교회를 세워야죠. 대신 기존 신자에게 익숙한 교회가 아닌 소위 가나안 신자들이나 기독교 관심자들을 계속 지향하는 교회를 세우고 싶습니다. 한 사람을 돌이키기 위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이는 방식입니다”
“통화로 듣기는 했지만 70%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이해가 됩니다”
주로 대화를 듣기만 했던 정 이사님이 불쑥 공감을 표했다.
“꼭 필요한 일인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 길을 선택하시다니 대단합니다. 목사님, 응원합니다”

잠시 내가 화장실 가는 동안 김 소장님은 아내에게 생활비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나 보다.
나는 이상을 좇아 가더라도 실제 살림을 하는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
참 귀한 일이지만 또 한 가정이 자녀를 양육하며 살아가야 하니.
돌아오니 가정 살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김 소장님은 우리 가정을 위해 한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해주셨다.

카페에서 헤어지기 직전 김 소장님이 두 사람만의 인증샷을 제안해서 찍은 사진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이야기했다.
나는 지난 2천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교회를 세우는 사람들이 해왔던 일을 하는 건데, 교회당 건물을 먼저 마련하지 않고 교회 간판을 걸지 않았다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갸웃거리는 사람, 심지어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고.
이 길이 부르심이라 확신했으면서도 그냥 가족이 마음고생, 몸고생하지 않는 익숙한 길로 돌아갈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그러나 우리의 삶과 생각을 잘 모르는 분들과의 오늘 이 만남을 통해 “어려운 일 하시는군요”라는 공감이 우리에게 좋은 격려가 된 것 같다고.
또 마음을 추슬러 갈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