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년 & 낮은울타리의 방향성

지난 달 낮은울타리교회가 2주년을 맞았다.
사실 2주년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나 그래도 사람이 모이는 일이라 기념을 하게 되고, 행사를 준비하게 되고, 선물이나 음식에도 신경이 쓰였다.
장소, 장식, 배치, 진행, 식사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만족스러웠다.
설교나 예배순서 등을 통해 낮은울타리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잘 전했다.
그러나 솔직히 이벤트에 집중된 면이 더 크다.

그런 면에서 지난 한 주간은 낮은울타리의 방향성을 내면화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약 일주일간 어떤 사람, 어떤 사건으로 인해 고민하느라 잠을 설치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얼굴은 시커멓게 엉망이 되었고, 이걸 핑계로 정해진 성경공부와 영상제작을 피하고 싶었다.
태연한 척 예배까지 다 마치고 나서 낮은울타리 식구들에게 내용과 고민을 나눴다.
낮은울타리 식구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람에 대한 용납과 그 전제, 교회의 순결과 그 절차 등에 대해 심도있게 나눴다.
그리고 입장에 대한 정리를 했다.
그런데 이미 그런 논의가 소용없는 결과를 보게 됐다.
나는 지난 사흘간 못자고 못먹은 것이 억울할 정도였다.
오직 주님께서 내 고민과 고통을 아실 것이다.

주일에 그렇게 헤어졌는데, 결론이 난 일인데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다.
마침 다음날이 대체 휴일이라 식구들에게 시간이 되는지 연락을 했다.
마침 어르신을 섬기느라 한동안 낮은울타리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식구들도 시간이 된다고 했다.

5월 6일 점심때 낮은울타리에 다시 모였다.
우선 같이 식사를 하고 과일도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일과 낮은울타리의 방향성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이나 나도 기존 신자이기 때문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기성 교회처럼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을 더 모으고 싶어하는 본성이 드러나게 됨을 지적했다.
주중에 모임을 하는 비신자들을 주일에 낮은울타리예배에 참석시키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고, 낮은울타리예배 참석인원을 늘리는 것이 결코 목표가 아님을 밝혔다.
비신자에게는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믿게 하고 자신에게 편한 교회당으로 찾아가도록 하고, 신자에게는 아파트에서의 예배를 받아들일만한 특수한 상황을 맞은 사람이 잠시 비빌언덕이 되게 하는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낮은울타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어 감사했다.

4월 마지막 주간과 5월 첫 주간을 정말 잔인하게 보낸 것 같다.
그러나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한다.
오히려 2주년 행사를 잘 치른 것만으로 지나가 버리지 않고 낮은울타리의 방향성을 식구들과 깊이 있게 나누며 모두가 함께 다지고 내면화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주일과는 달리 회복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자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보낸 일주일의 시간에 대해 감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