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에 실린 편지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처럼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집이 자리한 ‘광리단길’이란 게 있다.
그곳에 ‘룩업커피’라는 커피 맛집이 있다.
라이트하우스 홍민기 목사님의 강력추천으로 지난 1월에 방문했다.
전면이 민트색 새시로 되어 있어 눈에 띈다.

룩업커피 앞에서 김남형 대표님과 함께 [사진 강신욱]

좁은 카페지만 로스팅룸도 따로 있고, 커피맛에 진심이라 일부러 방문한다.
드립 커피를 추천 받아 마시는데, 꼭 함께 먹는 조각 케이크가 있다.
체코에서 왔다는 ‘말렌카 케이크’이다.
식감이 우리나라 떡같고 아주 맛있다.

드립 커피와 말렌카 케이크

지난 금요일(5/31)에 부산루터교회 홍인철 목사님과 룩업커피에 들렀다.
샤인머스켓향 콜롬비아 드립 커피를 추천 받아 마셨다.
물론 말렌카 케이크도 먹었다.
홍 목사님도 커피와 케이크의 맛에 반했다.

부산루터교회 홍인철 목사님과 함께

나올 때 드립백을 하나씩 받았는데, 아무 생각없이 탁자 위에 두었다.
일정이 빡빡했던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6/3)에 여유와 낭만을 즐기고 싶어 드립백을 집어 들었는데 뒤에 스티커 라벨로 붙여진 편지를 보았다.

목사님, 
아침에 교회 청년이 왔는데 우짜다보니 목사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라이방을 쓰고 딱 등장하시니 또 은혜입니다.
늘 감사합니다.

그분은 살짝 마음을 전하느라 말로 하지 않고 스티커를 붙였을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내가 아무 반응도 없어서 좀 그랬을 것 같다.
나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편지를 발견한 나의 세심하지 못함을 원망했다.
만약 드립백 뒷면을 보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는가.
이 귀한 사연과 센스있는 편지는 영영 사라질 뻔했다.

룩업커피 대표님께 깜짝 편지를 늦게 봤고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커피의 맛과 향이 더욱 깊게 느껴진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