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 30분에 낮은울타리에서 만나기로 한 20대 중반 청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4시면 끝난다는 회의가 30분 이상 늦어졌다는 것이다.
원래 5시쯤 만나기로 했는데 퇴근 정체까지 겹치면 오늘 만남이 성사되기 어렵겠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의외의 적극적인 어조의 음성이 들렸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퇴근 정체가 있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죄송합니다. 곧 가겠습니다.”
5시 30분 이후에나 도착할 것을 예상하니 한 시간 정도 남아서 그동안 책이나 읽으려고 심각하지 않은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대화로 푸는 성경:창세기와 대화로 푸는 전도서에 서명을 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간식 접시도 새롭게 세팅을 했다.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책을 펼친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내심 청년으로부터 어떤 질문이 쏟아질지 몰라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상과는 달리 5시 15분쯤 낮은울타리 초인종이 울렸다.
이후 일정이 있어 정장을 입고 왔다며 말쑥한 차림의 청년이 낮은울타리에 들어섰다.
일단 낮은울타리를 둘러보게 한 후 소파에 자리를 안내했다.
커피를 권했더니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그냥 냉수만 마시겠다고 했다.
“시원한 게토레이가 있는데 어때요?”
“아, 예, 좋습니다.”
내가 쓴 책이라며 두 권을 내밀었다.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 놀라고 흥미로운 인상을 보이더니 바로 서문과 목차를 자세히 살폈다.
이어서 본문도 여러 페이지를 읽었다.
“보통 책과는 다르게 정말 대화식으로 되어 있네요. 시나리오 같습니다. 술술 잘 읽힐 것 같습니다.”
“혹시 아브라함 아세요?”
“모태신앙이라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모릅니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정독하는 책이 아닙니다. 소설보듯, 만화책보듯 대충 보면서 넘어가세요. 사람이름이나 줄거리를 익히려고 신경 쓸 것도 없습니다. 책 안에서 반복되는 내용이 정말 전달하고픈 핵심이기 때문에 넘어가다 보면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제가 다독하지도 않고 책을 읽는데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읽은 책이 별로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군요?”
“맞습니다. 이 책도 조금 봤는데 질문이 이어지는데요.”
요즘 읽는 책이라며 보여주는데 밑줄과 메모가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저도 책을 읽다가 자주 멈추고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는 것과 융합시키고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스타일이라서 이해합니다. 이 책도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됩니다.”
“이 책은 끝까지 한번 읽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