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벌써 30도를 상회했다.
폭염을 뚫고 오는 낮은울타리 식구들을 위해 ‘여름용 에너지 커피(?)’를 미리 만들어 웰컴음료로 제공하려고 재료를 준비했다.
9시30분쯤 도착하려고 했는데, 웬일인지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서, 방에서, 심지어 자동차 안까지 뒤졌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이 그냥 낮은울타리로 향했다.
부랴부랴 도착했는데 시계는 이미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은 이미 실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성경공부를 하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성경공부는 쉬는 건가요?”
“목사님, 성경공부도 방학하시죠.”
“그러죠.
그도 그럴 것이 10시부터 시스템을 준비하려면 최소 10분 이상이 걸리는데, 나는 주보 인쇄도 해야 하고, 성찬식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나를 위해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배려한 것이다.
나는 ‘여름용 에너지 커피’를 만들었다.
다들 시원하고 맛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한 차례 힘을 뺀 나도 한 잔 가득 마셨다.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집에 가서 폰을 찾기로 했다.
식구 중 한 명이 패드로 아이폰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집에 와서 패드로 ‘내 폰 찾기’를 하니 독특한 신호음이 들렸다.
아침에 환기를 시키느라 다른 방 창문 곁에 폰을 두었던 것이었다.
폰을 찾아 다시 오니 예배에 참석할 모든 사람이 와있었다.
새 얼굴도 보여서 누구냐로 물으니 전에 식구 중 한 사람이 위해서 기도 중이며 낮은울타리를 소개했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잘오셨다고 환영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성찬잔을 모두 사용하는 12명이 예배했다.
‘성도의 감사와 찬양’시간엔 새 얼굴이 참석하도록 기도했던 분이 감사의 고백을 했고, 또 다른 식구는 다음세대를 위한 캠프에서 스태프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일을 나눴다.
시편 읽기는 다윗과 솔로몬 시대 성가대 지휘자 역할을 했던 아삽의 시인 73편을 읽었다.
비신자들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가 악인의 득세인데, 시편 73편은 솔직한 심정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 해답을 주는 것 같다.
설교는 요한복음 14:7-12를 본문으로 ‘삼위일체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이 삼위일체라는 건 참 이해되지 않는 일이고, 다른 종교나 신화에도 예가 없어 정말 믿기 어렵다.
그러나 기독교가 삼위일체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설교했다.
다음주인 8월 첫주부터 셋째주까지 낮은울타리예배는 방학을 한다.
너무 덥기도 하거니와 내게도 휴식과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몇 달 전 지쳐서 안식월을 갖는 목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낮예배 설교를 해달라는 것이다.
첫주에는 서울 드림교회에서, 둘째주에는 기장 좋은나무교회에서 설교할 예정이다.
서울은 너무 머니까 진짜 방학이고, 둘째주에는 기장 좋은나무교회에서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모여 예배하기로 했다.
셋째주는 나도 진짜 방학을 하며 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