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솔직한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표정을 보니 내가 실망할까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작심하고 하려는 듯했다.
“솔직한 말씀을 해주시면 저는 감사합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집안에 첫째로서 절에 조상님들을 위한 백중 제사를 부탁했고, 매년 백중에는 절에 가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동생들에게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 저 혼자 그렇게 했습니다. 조상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그런지 이제까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목사님하고 공부를 시작하고는 작년에 백중 제사를 까맣게 잊고 절에 가지도 않고 건너뛰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아차.’했는데, 얼마전에 허리가 아파서 꼼짝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가 백중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상님들이 노해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올해는 백중에 절에 가서 기도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흔이면 아프지 않던 허리가 아플 수도 있는 나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를 듣던 동생분이 나를 거들었다.
“언니가 허리가 아플 나이도 됐다.”
“아니라니까, 나는 허리가 아파본 적이 없어. 그런데 갑자기 아픈 걸 보면 내가 백중 기도를 빼먹어서 조상님이 노하신 거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정말 조상님들이 백중 기도 한 번 빼먹었다고 노해서 자손이 허리를 제대로 못쓰게 만들었다고 믿으세요? 너무 야박하신데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목사님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번 백중에는 꼭 절에 가서 조상님들 노하시지 않게 기도하려고 합니다.”
“저한테 미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목사님한테는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오늘 솔직하게 이야기를 다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 감사하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어느 쪽 신앙이 진짜일까 진지하게 고민하신 흔적이 보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괜찮습니다.”
낮은울타리 성경공부방에서 절에 가서 백중 기도를 하겠다는 선언이 나왔으니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분위기가 어색해진 건 사실이다.
동생분은 난감한 표정 관리가 안된다.
내가 입을 뗐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네요. 대중교통으로 먼길 오시는데 이러다가 더위 먹어 건강을 상하실까 염려가 됩니다. 8월 동안 성경공부를 방학을 하려는데 어떠세요?”
“성경공부도 방학을 합니까? 그러면 너무 좋죠. 사실 너무 덥습니다.”
“방학하면 사실 선생이 더 좋아합니다.”
“진짜요? ㅎㅎ 목사님이 우리 마음 편하게 해주실라고 농담을 하시네요.”
“진짭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9월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