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5 낮은울타리예배

낮은울타리의 여름방학을 마쳤다.
7월 28일 주일예배를 하고 거의 한 달 만에 낮은울타리에서 모인 것이다.
입추는 물론이고 처서까지 지났지만 무더위는 여전했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예배후 점심식사용 반찬을 준비하느라 마음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단톡방에 예배후 점심식사는 배달음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늘 현관문을 들어올 때 푸짐한 부식 가방이 보였는데, 오늘은 식구들의 손이 가벼워 보였다.

지난 달에 예배에 참석했던 가나안 성도 한 명이 오늘 참석한다고 해서, 아침에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한 번 더 기도했다.
지난 번에 참석했을 때 생각보다 편해서 좋다고 하더니 다시 참석의사를 밝혀와서 참 감사했다.
오늘은 지난 번 보다는 훨씬 밝고 편안한 표정으로 마지막 후식을 먹고 대화하는 시간까지 함께했다.
앞으로도 더 자주 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식구들을 위해 고구마를 쪘다.
나를 위해 찔 때는 시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주일 아침에 고구마를 찌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평소 나의 도착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양산에서 오는 식구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선지서 공부 역시 한 달 만의 일이라 약간의 복습이 필요했다.
그러나 복습보다는 지난 한 달 간 어떻게 지냈는지 대화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덕분에 소선지서 공부는 평소보다 아주 짧은 20분에 마쳐야 했다.

예배를 시작하려고 인쇄된 주보를 보니, 아뿔싸!!
내가 실수로 예배순서만 앞뒤로 똑같이 인쇄한 것이었다.
“오늘은 앞뒤가 똑같은 대리운전 주보입니다. 이해해주세요.”라고 애교 섞인 양해멘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성도의 감사와 찬양’ 시간엔 지난 한 달간 있었던 감사를 나누길 바랐는데, 오히려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솔직하고 진지한 삶의 이야기가 나와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본문이 요한복음 14장이라서 더운 여름에 다루기엔 좀 힘들지만 갑자기 다른 본문을 하기도 그래서 한 달 전 본문에 이어서 설교했다.
될 수 있는대로 쉽게 하려고 했는데 판단은 식구들의 몫이다.
배달음식이 요청한 시간보다 이른 설교 막바지에 도착해서 초인종이 울렸을 때, 식구들이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부산밀면을 주문했는데, 모두들 시원하고 맛있게 잘 먹은 것 같다.
후식으로 팥빙수도 주문해서 먹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또 오는 토요일에 장남을 장가보내는 식구가 있어 토요일과 이어지는 주일을 어떻게 보낼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분위기는 ‘방학이었지만 사실 목사님은 다른 교회에서 설교하느라 쉬지 못했으니 진짜 쉬는 주일을 갖자.’로 흘렀다.
내가 코와 입 주변이 헐은 것을 식구들이 봤기 때문이다.
나는 “개학하자마자 또 쉬는 분위기로 가는 게 맞나요?”라고 반문했지만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순순히 받아들였다.
목사가 보호받는 느낌이라서 행복했다.

모임을 마치고 뒷정리를 한 후, 늘 그렇듯 기도상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먼저 예레미야 33:1-3을 암송하고 하나님께서 낮은울타리를 통해 그 말씀을 이루시길 간구했다.
한 달만의 예배에 감사했고, 식구들이 함께 모이는 걸 즐거워하는 것 같아 감사했고, 가나안 성도가 낮은울타리를 편안하게 여긴 것이 감사했다.
기도명단에 있는 235명의 이름을 한 명씩 다 부르고 기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