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식구의 초청으로 낮은울타리 예배에 두어 번 참석한 사람이 있다.
가나안 성도라고 했다.
이분은 오전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포차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포차는 업종상 소위 술장사라서 교회에서 편하게 직업을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리적으로도 거의 밤샘 영업을 하기 때문에 오전에는 잠을 자야 한다.
교회에 나온다면 몸과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분이 예배에 참석했다는 것이니 이 자체가 참 귀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통 교회에서는 통념상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분을 위해 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최근 이분 생각이 많이 났다.
‘이분이 와서 만날 형편이 안되니 내가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을 초청한 낮은울타리 식구에게 포차의 상호와 위치에 대해 정보를 얻었다.
난 소음과 냄새 등의 이유로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포차의 주차가 편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 수요일 지하철을 갈아타고 연산역에 내려서 근처 먹거리촌에 있는 ‘조그만포차’에 왔다.
저녁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6:20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첫 손님을 기다리던 사장님은 나를 보는 자기 눈을 의심한 듯 깜짝 놀랐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저녁 먹으러 왔지요.”
“뭐 드시겠어요?”
“제가 먹을 만한 게 있을까요? 오믈렛이 적당할 것 같은데요.”
“제가 알아서 해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식당을 둘러보는데 계산대 위에 진열된 일본 식당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해서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마음이 너무 힘들 때 1000피스가 넘는 걸 웬만한 책보다 더 두꺼운 설명서를 보며 몇 시간씩 며칠씩 걸려 만들었다고 했다.
잠시후 사장님은 메뉴에도 없는 가리비 볶음밥과 돼지불고기를 내놓았다.
한 테이블에 앉아 나는 메뉴판에 없는 특별메뉴를 먹었고, 사장님은 내가 지하철역에서 사온 호두과자를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조그만 포차의 4개 테이블 중 2개가 채워질 때까지 2시간 동안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