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커피의 쓴맛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것이 새벽 2시였다.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났던 아침이 가물가물하다.

보통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쓰다고들 하지만 인생에 비하면 달짝지근할 뿐이다.
잠을 설치게 한 인생보다 더 쓴맛을 봐야 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친구가 선물해준 에스프레소 잔에 냉장고에서 꺼낸 콜드브루 원액을 부었다.
여느 에스프레소와는 차원이 다른 쓴맛이 입안을 넘어 귀 뒤까지 자극한다.
얼른 뱉고 대신 뜨겁고 달콤한 믹스커피로 입안을 채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오후에 인생의 쓴맛 때문에 하나님을 알아보려고 하는 10명을 만나러 간다.
내 입에 넘치는 단맛을 전하러 가는 게 아니다.
복음은 쓴맛을 단맛으로 바꾸는 마술이 아니고, 쓴맛을 단맛으로 느끼는 최면도 아니다.
단맛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얻으려고 간혹 복음이 그런 것이라며 호도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
기독교 신앙은 쓴맛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쓴맛도 허락하신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지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인기를 얻으려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거나, 정서를 자극해서 분위기를 만들거나, 내가 무엇이라고 되는 양 쇼맨십을 부릴 생각이 없다.
나도 쓴맛에 비틀거리며 단맛을 바라는 연약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목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