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앙에서는 가장 남쪽이랄까.
남해군 이동면 튀르키예 말로 ‘씨앗’을 의미하는 토훔교회를 찾았다.
튀르키예 선교사로 오랜 시간을 보낸 하규하 목사님이 교회를 개척하고 농사를 지으며 이웃 주민과 어울리며 살고 있는 곳이다.
처음엔 의심스런 시선을 보냈던 동네 사람들도 이제는 “목사님”이라 부르며 진짜 목사로 인정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정말 감동이다.
튀르키예에서도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사역하셨을지 뻔히 보인다.
2019년 하 목사님의 안내로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때 확인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 목사님을 만나면 만주에서 활약했던 독립군을 대하는 느낌을 받는다.
“남해에 오신지 3년이 넘었는데 혹시 좀 답답하지 않으세요?”
“전혀요. 매일 너무 바빠서 지겨울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쓸모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곳이 하나님 나라의 중심입니다.”
”음… 빅뱅 이론과 비슷하네요.“

낮은울타리 3주년 책자를 위해 하규하 목사님이 귀한 글을 써주셨다.
뵌지도 오래되어 꼭 뵙고 싶기도 했고, 이왕 남해까지 간 김에 농사일도 좀 체험해보고 싶어 편한 복장으로 갔다.
다행히(?) 비가 많이 와서 고즈넉한 카페에 가서 고종이 마셨다고 예상된다는 커피를 마시며 대관한 듯한 여유를 즐겼다.
”저희 사진 좀 찍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옮기시면 더 잘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진심으로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합니다.“
”괜찮습니다. 찍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가 커플룩이지만 사귀지는 않습니다.“
“예? 예~~~”
교회는 “비빌언덕”이 되어야합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옛 속담이 있는데 '언덕이 있어야 소도 가려운 곳을 비빌 수 있다'는 말로, '의지할 곳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흔히 '보살펴 주고 이끌어 주는 미더운 대상'을 두고 '비빌 언덕'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어느해 늦은 가을, 우연한 기회에 강신욱 목사님을 만나게되었고, 목사님의 고민과 결단과 새로운 사역의 비전도 듣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안정되고 규모있는 교회에서 어떻게든 목회 할려고 발버둥치는 작금의 현실에서 그 안정감을 내려 놓고, 스스로 택한 고생길에서 잃어버린 한 영혼에 대한 갈급함을 알게되니, 걱정보다도 오히려 기대와 셀렘이 있었습니다.
이제 3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부산의 변두리 재개발지역에서 시작한 토훔 교회는 부산을 떠나 남해의 작은 마을에 자리를 잡았고, 해운대의 아파트에서 낮은울타리라는 이름으로 모여 예배드리며, 여러 모양으로 많은 이들과 만나고,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고 계신다고 소식 듣고 있습니다.
토훔교회와 낮은울타리가 지역과 사역은 달라도, 단순하고 분명하게 주님만 바라보며 갈것이라 믿습니다. 혹시 가다가 힘이 들면 서로를 바라보고 다시 허리를 동여매고 가던길을 계속 가면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비빌언덕을 되어주며, 복음이 필요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주님께 인도하는 길동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낮은울타리가 복음의 비빌언덕이 되길 기도합니다.
- 하규하(토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