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그냥 떠오르는 짧은 생각들입니다.
고살리 탐방로 단상(12) – 생각의 숲길
원치도 않았고, 예상도 못했고, 이름도 몰랐던 고살리 탐방로를 걸었다. 습하면서도 상쾌한, 육지에서는 맡아보지 못했던 숲의 향내였다. 마치 비밀스런 요정의 세상에 나만 몰래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런 생각하지 않기 위해 …
고살리 탐방로 단상(11) – 끝에서 시작되는 길
드디어 탐방로 끝에 이르렀다. 탐방로 끝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이제 끝이다.” 표지석 너머부터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다. 길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닌 다른 시작이다. “끝이 아니네.” 인생 너머엔 …
고살리 탐방로 단상(10) – 얼마 남지 않은 길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정표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 준다. “이제 다 왔구나.” “조금만 더 가면 끝이구나.” 여전히 숨은 가쁘지만 안도감이 온다. 내 인생도 앞이 …
고살리 탐방로 단상(9) – 나무 하나가 서기 위해
겉으로 나무는 기둥처럼 혼자 잘 서있는 것 같다. 우연히 길에 드러난 나무 뿌리를 보게 됐다. 잘고 보잘 것 없는 뿌리가 얽히고 설켜있다. 아마도 땅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 복잡하게 …
고살리 탐방로 단상(8) – 무서운 길
치노는 높은 곳 옆으로 가는 걸 무서워한다. 물 마른 효돈천을 가로지르는 길을 가는데 치노가 발걸음을 멈췄다. 좌우에 물이 없고 그냥 시멘트로 만들어진 평탄한 길인데도 무서운가 보다. 그러면 나는 치노를 어떻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