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말이 직관기

지난 달 마지막 주말의 일이다.
수도권에 사는 비신자 고등학교 친구가 2년 만에 부산에 왔다.
친구는 하룻저녁만 부산에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자기가 오래전 부산에서 직장 동료였던 다른 친구와 같이 만나도 되겠느냐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친구는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성경공부를 마친 후 둘이 먼저 자리잡고 있는 족발집으로 갔다.
도착해서 통성명을 했을 땐 뉴페이스가 막 소맥을 말려는 때였다.
요즘 고교 친구들을 만나도 목사 친구 배려하느라 술을 먹지 않는 분위기라서 소맥제조 직관은 정말 오랜만이다.
현란한 기술을 기대했지만 쇼가 너무 싱겁게 끝났다.
간단명료하게 한 이유는 기술을 부리다가 튀면 술이 아깝기 때문이란다.
50대 중반이 되니까 호기를 부리지 않고 술도 알뜰하게 마신다.

친구는 뉴페이스와는 직장에서의 추억을 말하고, 나와는 지금 살아가는 인생과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목사 친구가 있다는 것이, 그래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줄 사람이 있는 것이 너무 든든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려고 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청사포에 바람을 쐬러 자리를 옮겼다.
밤바다는 50대 중반 남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할만큼 바람이 불었다.
거기서 친구와 뉴페이스는 “목사님이면 내일 예배 준비해야 되는 것 아냐? 먼저 들어가봐.”라고 나를 배려했다.
나는 “고마워.”라고 말하고, 사양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