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너무 아픈 경험을 했다.
성인으로 하면 구치소에 있다가 집행유예로 나온 것과 비슷한 아이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친구들과 어울려 비행을 저지르다가 입건되어 다시 구치소와 비슷한 분류심사원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일을 했다.
뜻밖의 일을 하게 된 것은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임윤택 목사님으로부터 전날밤 갑작스런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임 목사님이 그 아이의 재판 때 국선보조인으로 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아이가 험한 꼴로 끌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지막 배려 차원이었다.
그러나 간혹 아이들이 완강히 저항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 일을 방지하고자 보조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아이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 부모는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고 아이는 전혀 갈 생각이 없다는 듯 잠옷을 입고 있었다.
“목사님, 안 가면 안돼요? 이제 잘할게요.“
”이젠 늦었다. 이미 법원의 명령서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다.“
”저 안 갈거에요. 가기 싫어요.”
임 목사님의 무거운 설득이 이어졌다.
어차피 가게 될 것이고, 지금 가지 않으면 경찰이 수갑을 채워 끌고갈 것이라는 말에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차를 타기 직전 아이가 도망을 가고 몸부림을 쳤다.
결국 임 목사님과 아이의 아빠, 나와 오명규 선생님까지 아이를 붙잡고 차에 태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가 보기엔 납치라도 하는 줄 알았을 것 같다.
차가 출발하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고, 순순히 잘 들어갔다.
난 교정시설 속으로 들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
폭염 중에도 을씨년스러운 교정시설인데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의 분위기는 공포스럽기까지했고, 며칠 뒤면 벌어질 일도 예상하지 못하고 비행을 반복한 그 아이의 어리석음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 입원이 어쩌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매일 그곳에서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현실에 대한 아픔 등 여러 가지가 복합된 때문인 것 같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몸과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
이런 일을 거의 매주 겪는 임 목사님은 이걸 어떻게 견디시나 궁금해졌다.
사실 올여름부터 임 목사님께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교정시설 직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임 목사님은 괜찮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언젠가 임 목사님 부부가 쉬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