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알바 중인 막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알바 시간엔 거의 전화를 하지 않기에 의외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 조금 걱정스런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막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우리 쓰레기봉투 있어요?”
“갑자기 웬 쓰레기봉투?“
“이란 전쟁 때문에 쓰레기봉투 재료가 없어서 쓰레기봉투를 미리 사둬야한데요.”
“누가 그래?”
“알바하는 데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 들었어요.”
“아하~ 그래, 알았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쓰레기봉투 사재기 기사가 나왔다.
벌써 한 사람 당 한 장만 판다는 글, 쓰레기봉투를 확보하러 편의점마다 돌고 있다는 글이 보였다.
씁쓸했다.
누구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려보겠다고 국토종단 자살예방걷기를 하고 있는데, 쓰레기봉투를 사두기 위한 달리기를 하란 말인가?
갑자기 쓰레기봉투를 사재기하면 당장 쓰레기를 버려야할 사람은 어떡하란 말인가?
서랍을 보니 10리터짜리 석 장과 20리터짜리 다섯 장이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퇴근 후 막내가 내게 쓰레기봉투를 확보했냐고 물었다.
나는 우리집에 당장 쓸 만큼은 있어서 쓰레기봉투를 구하러 마트나 편의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조금 편하겠다고 남이 쓸 몫까지 챙기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같이 사는 공동체와 이웃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물론 그런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로 전화해준 마음이 너무 고맙고 귀여웠다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