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예배, 첫 성찬

1월 3일 주일, 우리 가족끼리만 2021년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첫 순서는 사도신경이다.
사도신경은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고백하는 것이다.
예배에 함께한 사람들이 공통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물론 함께 암송할 수도 있지만,
나는 눈을 뜨고 함께 또박또박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 것을 선호한다.

찬송 순서에는 가족에게 무슨 찬송을 부르고 싶은지 물었다.
둘째가 635장 주기도문송을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건 마지막에 같이 부르자고 했다.
다른 추천이 없어서 내가 382장 ‘너 근심 걱정 말아라’를 부르자고 했다.

새해가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각자가 새롭게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 곡을 같이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후렴에서 아내가 알토로 화음을 넣었다.
참 듣기 좋았다.

찬송 후에 찬송가에 없는 자신만의 찬송을 하자고 했다.
2020년에 감사한 일과 2021년에 하나님에 대한 기대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자고 제안했다.
나부터 막내까지 했고,
한 사람이 마칠 때마다 모두 “아멘”이라고 했다.

설교시간에는 시편 1편을 다함께 읽고, 내가 짧게 설교했다.
막내가 짧게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설교후엔 혹시 본문이나 설교에 대한 질문이 있는지 물었다.
왜냐하면 각자가 깨달은 말씀으로 기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씀을 들었지만 여전히 본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설교 전개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상태로 회개나 간구의 기도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예수님도 강론 후 제자들의 질문을 받으셨다.
내 설교 내용이 간단해서인지 질문이 없었다.
찬송할 때처럼 나부터 막내까지 한 사람씩 돌아가며
깨달은 바를 감사와 간구로 표현했다.

이어 성찬을 행했다.
먼저 예수님이 제정하신 성찬이 당시 교회들에서 행해질 때
가장 큰 특징은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이 식사를 한다는 점임을 강조했다.
당시 노예를 위한 음식은 없었다.
주인이 식사할 때 옆에서 시중들다가
주인이 남기면 나중에 그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성찬은 주인과 노예가 한 자리에서 같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음식을 먹었다.
그러면서 예수님 안에서 가족이고 친구이고
하나인 것을 고백하고 누리는 것이다.
성찬은 실로 성도의 잔치인 것이다.

여섯 명의 식구를 위해 여섯 개의 빵과 여섯 개의 잔을 준비했다.

한 사람 앞에 작은 빵 하나씩,
그리고 포도 주스가 담긴 충분한 크기의 잔을 건넸다.
군에 간 장남 몫의 빵과 잔도 준비했다.
의미를 들은 아이들은 빵과 포도 주스를 먹고 마시며 성찬을 즐겼다.

둘째가 추천한 주기도문송을 부르고,
내가 축도하고 예배를 마쳤다.
45분 걸렸다.

둘째는 이전 예배가 각진 느낌이었다면
오늘 예배는 부드러운 느낌이어서 좋았단다.
셋째는 자신이 뭔가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한동안 우리 가족끼리 예배하게 될텐데,
나는 앞으로 이렇게 예배하려고 한다.

개인적 고백과 감사가 있는 예배,
개인의 고백을 존중하고 공감하고
공동체의 고백으로 승화시키는 예배,
예수님이 모일 때마다 행하라고 하신 성찬을
구원받은 성도의 공동체 의식으로 누리고 즐거워하는 예배,
목사의 설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예배,
성도가 소극적으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예배,
성령님이 예배인도자인 목사에게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성도에게도 역사하심을 경험하는 예배,
그런 예배를 드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