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존 교회 울타리 밖을 지향하며, 비신자 중 기독교와 교회와 성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마음 편하고 쉽게 다가올 수 있기를 바라고 ‘낮은울타리’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최근 ‘낮은울타리’가 결코 낮지 않은 걸 깨달았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을 때 기존 종교인들의 모함을 받으면서도 가난한 자, 병든 자, 창녀, 죄인 등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뿐더러 유대인의 신분임에도 사회적 흠결로 인해 감히 성전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셨다.
오늘날은 어떤가?
솔직히 이 시대에 가난한 자, 병든 자, 창녀, 전과자 등이 자기를 드러내고 교회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마 전도대상자 중 소수일 것이고, 거의 자기 혼자 들어가지 못할 것이고, 혹시 들어가더라도 감추고 들어갈 것이고, 들어가서는 아닌 척해야 할 것이고, 형편이나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요즘은 이혼 가정, 조손 가정, 1인 가정 등도 너무 많다.
이들 역시 교회 들어오기도 어렵고 어렵게 들어왔더라도 그림자처럼 지낸다.
교회의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성실한 가장, 현숙한 아내, 순종적인 자녀들,
사회 생활도 잘하고 교회 생활도 잘하는 모범생들,
헌금도 잘하고, 봉사도 잘해서 하나님이 더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이 넘친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사는 것처럼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
솔직히 나도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 장본인이다.
지금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소외되었을 사람들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힘들고 지쳐 위로받고 힘 얻으려 왔는데
교회에서 더 몰아쳤으니 내가 정말 잘못한 것 같다.
손 붙잡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구성을 보니, 다들 부부와 자녀들이 있는 다복한 가정들이다.
내가 ‘낮은울타리’를 표방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울타리를 치고 있는 걸 보게 됐다.
낮아져야 할텐데,
낮아져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