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낮은울타리 공간을 얻고, 2022년 들어오면서 주일 예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겨우 시간을 맞춰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비신자들에게 내가 먼저 주일 예배도 해야 하니 일요일에도 시간을 내라는 말을 먼저 하지 못했다.
다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는 3월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다.
그러나 2월부터 만남을 가지던 분들이 줄줄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고, 3월에 들어와 우리 가정도 확진되어 다들 심한 고생을 했다.
처음 3월을 생각한 것은 그동안 한 달에 한 번은 다른 교회 주일 예배 설교를 맡았는데(2020년 12월부터 15개월간 이어진 기도의 응답이었다), 3월에는 일정이 잡히지 않아 ‘하나님이 이제는 주일 예배를 시작하기 원하시나 보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3월에 설교 요청이 잡혔어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 광풍이 지나가며 함께 공부하는 비신자 여성 그룹에서 질문이 나왔다.
“목사님, 일요일 예배는 안하세요?”
이 질문이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해야죠. 기독교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걸 기념하는 부활절이 아주 중요한 날인데 올해에는 4월 17일입니다. 그래서 4월 17일부터 시작하려고요”
예배 공간을 따로 얻을 돈이 없을 뿐더러, 공간을 얻어도 현재 인원 구성상 주일 예배 한 번 외엔 활용 여지가 없다.
그래서 독립된 예배당이 있는 다른 교회의 모임이 다 마친 주일 오후 4시에 한 시간만 빌리기로 했다.
현재 우리 가족 중에도 예배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이 나까지 포함해서 3명 뿐인데,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10명 정도가 첫 낮은울타리 예배에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원도 없고, 일손도 없기에 음향을 쓰거나 영상을 찍는 건 하지 않기로 했다.
예배당을 빌려주는 교회 측에도 전등만 켜고 육성으로 하겠다고 했다.
강단 위 강대상도 쓰지 않고 강단 아래 보통 성가대 지휘자용 보면대를 강단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10명 남짓 인원을 가까이 앉혀서 그냥 육성으로 하겠다고 했다.
일단 그렇게 시작하려고 한다.
비신자들이라 아는 찬송이 없고, 기도도 할 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성도의 예배가 아니라 전도집회 성격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을 위해 ‘예배’라고 부르기로 했다.
순서를 어떻게 해야할까, 찬송을 어떻게 해야할까, 헌금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이 많다.
찬송은 내 독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알고 찾아오는 기존 신자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이내 ‘낮은울타리잖아, 그분들도 환영하자’라고 결론지었다.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은 없는데 이래저래 설렌다.
참석하는 분들에게 부활생명의 은혜가 넘치는 예배가 되길 사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