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과 하나님이 대화할 때 먼저 떠났던 두 명의 천사가 저녁 무렵 소돔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이 아브라함의 영접을 받은 때가 햇살이 뜨거운 때라고 했으니 점심 무렵이었을텐데 천사라고 해서 순간이동을 한 게 아니라 몇 시간을 걷는 수고를 한 것입니다. 소돔까지 가는 길에서도 여러 가지를 듣고 봤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소돔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영접한 사람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소돔 토박이가 아니라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롯이 성문에 앉아 있었다고 했는데, 당시 성문은 단순히 출입구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문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마치 광장같이 다른 곳보다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여론이 만들어지는 거죠. 거기에 그 성의 유력자들이 모여서 성읍에 관련된 일을 의논하기도 하고 재판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롯이 거기에 앉아 있다는 것은 롯이 나름 소돔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롯도 아브라함처럼 그 사람들이 천사인 줄 전혀 모른 채 다가가서 자기 집으로 와서 음식도 먹고 숙박도 하고 편히 갈 길을 가라고 권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냥 거리에서 밤을 새우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으로 천사들의 행색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읍에서 숙소를 얻어 잘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롯은 그들에게 자기 집으로 와서 먹고 쉬도록 간청했다고 했습니다. 유명한 사람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초면의 가난한 사람을 굳이 자기 집으로 초청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신약 성경에 보면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부지 중에 천사를 대접한 이들이 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바로 아브라함이나 롯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 예수님이 직접 ‘작은 자에게 대접한 것이 바로 나를 대접한 것이다’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친한 사람을 대접하기도 해야 하지만, 자주는 아니더라도 잘 모르는 어려운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그 사람이 예수님이나 천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호의로 그 사람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갖게 된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롯이 그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밤이 깊어 이제 자려고 하는데,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돔 백성들이 노소를 막론하고 롯의 집으로 모여든 것입니다”
“왜요?”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데요. 소돔 백성들이 ‘그 사람들을 내놔라, 우리가 상관하리라’라고 말합니다. ‘상관’은 ‘호모섹스’를 말합니다”
“예?”
다들 표정들이 별로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몰려 와서 다른 집 손님으로 온 사람을 강제로 끌어내서 단체로 호모섹스를 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성경에는 좋은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런 내용도 있네요”
“예, 타락한 인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인간을 하나님이 포기하지 않으시고 사랑하셔서 구원하시려고 하고 기회를 주신다는 이야기가 성경의 핵심입니다”
“롯이 혼자 사람들 앞에 나갔습니다. 자기 집에 온 손님이니 그 사람들을 해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그 사람들이 들을 리가 없지요. 롯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롯이 대신 제안을 하는데 그 제안이 너무 끔찍합니다.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않은 두 딸을 대신 내놓을테니 마음대로 하라는 겁니다”
“예? 자기 딸을요? 진짜요?”
“예, 게다가 이 딸들은 약혼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롯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다들 표정이 더 굳어졌다.
속이 불편해서 불쾌한 표정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믿어지지 않네요. 아빠가 딸을 그렇게 하다니”
“더 놀라운 건 소돔 백성들이 그 제안을 거부합니다. 그리고는 ‘네가 뭔데 그런 소리를 하냐? 나그네를 받아줬더니 네가 우리를 판단하냐? 너부터 손봐줘야 되겠다’ 하면서 롯에게 달려들려고 했습니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자 천사들이 롯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피신시킵니다. 그리고 천사들이 소돔 백성의 눈을 보이지 않게 해서 문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네요. 기분이 이상하네요”
“영어에 ‘sodomy’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소돔에서 온 단어인데요, 문란하다는 의미입니다. 소돔 백성이 갑자기 이 사람들에게만 그랬을까요? 그동안 나그네들을 이런 식으로 대했다는 것입니다. 하룻밤 머무르다가 봉변과 모욕을 당하고 더럽힘을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했을까요. 그 부르짖음과 호소가 하나님께 다다른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나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듣고 보니 소돔은 정말 벌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