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의 만남

낮은울타리를 시작하며 내 나이나 상황을 고려할 때 주된 만남의 대상은 4,50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한편으론 청년들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MZ세대는 50대 목사인 내게 거의 외계인이다.
그들의 대화방식이나 즐겨쓰는 언어를 이해하기 어렵고, 내가 입을 열면 거의 꼰대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고민이 있는 청소년과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했다.
내가 겪고 있는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 부모가 만남을 원해 성사됐다.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지만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며 30분 정도 먹기만 한 것 같다.
내가 웬만한 사람과 만나서 이런 긴장을 한 적이 없는데.
이런 내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는데 ‘왕년에’나 ‘나도 해봤는데’가 아니라 ‘나도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이라는 말에 청소년이 귀를 열어준 것 같다.
2020년 12월 부산에 내려온 후, 처음으로 청소년과 만남을 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