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분이 코로나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언니 두 분만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분은 70대, 한 분은 60대 중반인 비신자 언니 두 분이 부산의 반대편에서 대중교통으로 낮은울타리에 오신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청소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나이 드신 분들의 특징은 좀처럼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었는데 소식이 없다.
‘오신다고 했으면 오실 분들인데…’
‘늦으실 리가 없는 분들인데…’
‘혹시 집을 못찾으시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관문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 로비가 그제야 환해졌다.
두 달쯤 전인가 아파트 단지에 화재경보가 울려 소방차가 출동하는 소란이 있었다.
독거노인이 가스렌지에 음식을 데우다가 깜빡 잊는 바람에 연기가 나고 화재경보가 울린 것이다.
그후 엘리베이터 로비와 계단 사이의 철문에 ‘이 문은 항상 닫혀 있어야 합니다’란 스티커가 붙고 철문이 닫혀서 엘리베이터 로비가 늘 컴컴하다.
항상 밝던 곳이 어둡고 사람이 움직이면 잠시 동작인식전등이 켜질 뿐이라 처음 오시는 분들은 그 어두움이 적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불편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참아야 할 불편이다.
그 캄캄함 속에 두 분이 서 계셨던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려서인지 처음엔 깜짝 놀라시더니, 내 얼굴을 보고 이내 환히 웃으셨다.
마치 길을 길었는데 안내자를 만난 것처럼.
“여기가 맞다 아이가. 언니야.”
“우리가 잘 찾아왔네. ㅎㅎㅎ”
“어서 오세요. 어두운 데서 힘드셨죠?”
“목사님, 그런데 어떻게 우린 줄 알고 문을 여셨어요?”
“앞집은 낮에 거의 인기척이 없는데, 문앞에서 인기척이 나니 두 분이 오셨나 보다 했지요.”
“아, 그렇군요.”
“사실은 우리가 몇 호라는 걸 까먹고 더 위로 올라갔다가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도 없어서 ‘여기가 아닌갑다.’카고 내려오면서 찾는 중이었습니다.”
“아니 그럼 전화를 하시지 그러셨어요.”
“문 앞에 뭐가 붙어 있을 줄 알았지요.”
“아~ 교패요? 무슨무슨 교회라고 적혀있는 거요?”
“예. 그런데 그건 없고 대신 이상한 게 걸려 있더라고요. 컴컴해서 잘 안보이니까 한참 쳐다 봤습니다.”
“예, 리스라는 성탄 장식인데 사랑의 열매이기도 하고, 작고 이쁘기도 해서 그냥 걸어 놨습니다. 교패 같은 걸 붙이는 것보다 눈에 잘 띄기도 하고 따뜻한 느낌도 줄 것 같아서요.”
“우리는 문이 딱 열려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목사님이 딱 보이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저를 그렇게 보고 싶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두 분은 들어오셔서 일단 언니들이 잘 도착했는지 걱정하고 있을 동생에게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준비한 간식을 꺼내는 일부터 하셨다.
동생은 감을 꺼내 재빠른 손으로 깎기 시작했고, 언니는 전에 내가 맛있게 먹었던 시장표 생밤을 꺼내셨다.
“오~ 생밤을 또 가져오셨군요.”
“하나 드셔 보이소.”
“예, 이 맛이 그리웠습니다.”
자리에 앉으며 내가 준비한 간식을 보셨다.
“언니야, 봐라. 목사님이 간식까지 다 준비하셨다.”
“아이고, 목사님이 요래 이쁘게 간식을 준비하셨네요.”
“예, 모임을 하려면 일단 맛있는 게 있어야 합니다. 저는 먹는 것 없는 모임에는 가기 싫더라고요.”
“ㅎㅎㅎ 맞아요. 목사님은 우리하고 통하는 게 있어요.”
“성경을 공부해도 일단 먹고 해야 합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요.”
“ㅎㅎㅎ 목사님, 말씀도 참 재밌게 하시네요.”
“재밌게 들어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