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임하던 남서울평촌교회의 권사님 중 위독하신 분 소식을 들었다.
곡기를 끊은지 일주일이 되셨다고 했다.
자녀가 여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안양에서 혼자 사시며 예배도, 이웃을 돕는 일에도 모범을 보이신 분이다.
사위가 목사라 목회자의 애환도 깊이 이해하셔서 사위보다 어린 나를 아끼시며 많이 격려하고 위하셨다.
나중에 장례식에 가서 생전에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걸 후회하느니 다녀오기엔 먼 거리지만 그래도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나 일정을 보니 이번 주간에는 이미 약속된 일정이 많았다.
빨라야 다음 주 초에나 가 뵐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그 사이에 돌아가시거나 의식을 잃으시면 안될텐데’라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다음날 일정이 취소됐다.
마치 하나님이 일정을 조정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전날 아침과 밤에 다른 곳에서 설교하고 그분들과 교제하느라 하루를 다 보내 피곤했지만 이렇게까지 변경된 일정 앞에 핑계댈 수 없었다.
장례식에 가서 후회하는 것보다 피곤한 게 낫다.
안양까지 운전하는데 고속도로에 공사구간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휴게소에 잠시 들러 찐 옥수수를 사서 점심식사로 먹으며 운전했지만 꼬박 5시간 30분이 걸렸다.
곡기를 끊고 일주일을 보내신 분이 내 음성을 듣고 겨우 눈을 뜨셨다.
나를 보고 반가움의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셨다.
나는 3년 전 부산에 와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기도도 잘 하지 못할 때 그저 만지작거리며 예수님의 이름을 불렀던 금속 십자가(튀르키예 성경 유적 답사 여행 때 구입했던)를 손에 쥐어 드렸다.
내가 지난 2년간 그랬던 것이라 말씀드리고 혹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시간이 오면 만지작거리며 그 시간을 보내시라 말씀드렸다.
주변의 다른 성도들은 나와 그 권사님의 대화를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분위기가 너무 슬퍼지는 것 같아 “권사님, 날씬해지고 피부도 아주 좋아지셨어요.“라고 농담을 했다.
갑자기 권사님도, 옆의 성도들도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아마도 권사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같이 웃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다.
그 생각에 여러 번 울컥했으나 겨우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