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그룹2] “제사도 잘 지내셨습니까?”

한 달 너머만에 모였으니 그동안 나가지 못한 진도를 빨리 빼야되겠다는 생각이 전혀없다.
이분들은 자그마치 엿새간의 연휴를 치러낸 조선의 아낙네들이 아니던가.
오히려 더 느슨하게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서오세요. 저희 한 달 만에 보는 겁니다.”
“진짜 그러네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네요.”
“이번 추석 연휴가 엄청 길었는데 잘 보내셨어요?”
“예, 잘 보냈습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예, 잘 보냈습니다. 연휴 전에는 이번 연휴가 너무 길어서 ‘뭐하면서 보내지?’ 했는데 아시안게임 보면서 잘 보냈습니다.”
“맞네요. 저희도 가족이 같이 봤습니다.”
“자녀손들이 다 왔나요?”
“예, 다 왔다갔지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지요?”
“ㅎㅎㅎ 맞습니다. 목사님이 어떻게 그리 잘 아십니까?”
“저도 이제 아이들이 크니까 각각 자기들 친구 만나러 나가고 가족이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맞습니다. 저도 그래서 음식 차려주고 친구 만나러 나갔습니다.”
“와, 정말요? 완전 신식이십니다.”
“그게 서로 편하더라고요.”

“제사도 잘 지내셨습니까?”
순간 두 분이 내 눈치를 살짝 보는 것 같았다.
제사를 반대하는 목사가 제사를 잘 지냈냐고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명절 때 여인들이 가장 수고하는 것이 제사 준비이니 나는 아무 생각없이 안부차 물었을 뿐이다.
“예.”
“준비 하시느라 너무 힘드셨겠습니다.”
“예, 그래도 창고 안에 있는 제사상 꺼내서 닦는 것은 남편이 합니다. 그게 제법 힘들거든요.”
“아, 그렇겠네요. 제기까지 일일이 닦으려면.”
“그거라도 해주니까 하지, 그것도 안해주면 힘들어서 못합니다.”
“남편분도 그걸 아니까 하시는 것이겠죠.”
“그런데, 요즘 명절에 가족끼리 여행가고 제사를 안지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아이들하고 다 모였을 때 우리도 그런 식으로 좀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우와, 그러면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게 되는 건가요?”
“그런데 제사를 지내지 않으려면 조상님께 신고식 같은 걸 해야 한답니다. ‘다음 번부터 명절에는 빠지겠습니다.’ 하고.”
“아, 그런 것도 있군요.”
“그래서 다음 설날부터는 제사를 안지내게 되는 건가요?”
“아니요?”
“왜요?”
“신고식을 먼저 해야 하는데, 그걸 빼먹고 제사를 지냈지 뭡니까.”
“그래도 늦게라도 신고하면 되잖습니까?”
“그게 그렇지 않답니다. 신고식을 먼저 해야 된다고 하네요.”
“그럼 설날에도 제사상을 차려야 되겠네요. 꼭 제사상을 차려야만 신고식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예, 그렇답니다. 그래서 다음 설날 한 번만 더 하면 됩니다.”
“그때는 잊지 않도록 옆에다가 순서를 딱 붙여 놓아야 되겠습니다.”
“ㅎㅎㅎ 맞습니다. 그래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