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는 주로 아파트에서 모임을 갖는다.
교회당이 아닌 아파트에서 목사가 성경을 가르친다고 하니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완전 비신자로서 낮은울타리에서 모임을 한 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 60대 자매 2명이 옛날 학창시절 친구에게 요즘 성경을 공부하러 다닌다고 공개한 모양이다.
언니분의 친구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오랜 친구가 성경을 공부한다고 하니 반가와서 이것저것 물었던 모양이다.
“어느 교회인데?”
“교회가 아니고 아파트다.”
“아파트? 거기 이단 아닌가?”
그 합리적 의심은 내게 전달되었고, 나는 그 친구분을 낮은울타리로 초청했다.
지난 금요일(11/10) 오후에 자매와 그 친구가 같이 들어왔다.
나는 거실로 안내하고 소파에 앉도록 했다.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쌀쌀한데 따뜻한 커피나 녹차 드시면 어떨까요?”
“녹차 주세요.”
내가 녹차를 준비하는 동안 그분은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혹시 ‘규장’이란 기독교 출판사를 아십니까?”
“예.”
“제가 거기서 책을 낸 사람입니다.”
‘대화로 푸는 성경’을 한 권 꺼내 보였다.
“그 책 좀 봤습니다.”
“아니? 어떻게요?”
“이 친구가 보라고 줬습니다.”
“예? 거기 언니분 성함이 적혀 있지 않나요?”
“예, 맞습니다.”
“그럼 제가 이 책에 서명을 해드릴테니 그 책은 주인에게 돌려주시지요.”
“그러지요.”
이름을 묻고 서명을 해서 선물했다.
“CBS 기독교 방송 아세요?”
“예.”
“제가 거기 목회자 자문위원입니다. 그래서 원래 방송국에서 어떤 패를 주는데 저는 필요없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오신 분께서 혹시 이단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기에 방송국에 다시 이야기해서 받아왔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난 위촉장을 받는 사진과 협력교회 현판을 보여줬다.
“친구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럼 이단이 아닌 것 아시지요?”
“예, 제가 오기 전에 조사를 해봤는데 좀 유명하신 분이던데요.”
“이미 조사를 하셨어요? ㅎㅎ 다행입니다.”
“교회를 오래 다녔지만 성경은 잘 모르고 궁금한 것도 많은데 질문하기도 곤란하고 해서 저도 오늘은 친구따라 한번 와봤습니다.”
“교회에 성경공부 프로그램이 있지 않습니까?”
“있기는 한데 단계가 있고 복잡해서요.”
“좀 쉽고 편하게 하고 싶으셨군요.”
“예.”
“잘 오셨습니다.”
주기도문 중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와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를 공부했다.
그분은 “그건 줄 몰랐습니다.”와 “오늘 정확하게 배웠네요.”를 몇 번 반복하신 후 “참 유익한 시간이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