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고 이야기를 꺼내고 두 달만에 고교 동창들과의 모임이 성사됐다.
50대 중반 남자 4명이 만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해운대에 사는 내가 기장에 사는 두 친구를 픽업해서 늦게 퇴근하는 울산 사는 친구 집 근처에서 모였다.
사진에서 내 옆에 있는 친구가 최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앞의 비신자 두 친구에게 나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소개했다.
교회에서 다음 일요일 예배에 좋은 강사가 온다고 소개하는데 ‘강신욱 목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아는 강신욱 같아서 수소문을 해서 내 메일로 조심스럽게 ‘혹시 해운대 고등학교 나오지 않으셨습니까?’식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내가 ‘맞다’ 답장을 해서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다른 두 친구들과 만남을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은 내가 어떤 목사인지 이야기할 수 없었다.
새 친구 덕분에 기독교 이야기를 더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엔 고등학교 이야기했다가, 편찮으신 부모님 이야기했다가, 가장의 애환으로 넘어갔다가, 마지막엔 다들 삐걱거리는 자기 건강 이야기를 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고교 친구이기에 실패와 고민에 대해서도 서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남을 하고, 두 친구를 기장에 데려다 주고 집에 오니 자정 가까이 되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흐뭇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