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교회를 사임하고 부산에 내려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 것도 모를 때 우연히 만나게 된 비신자가 있다.
부인을 따라 교회에 다니기는 하지만 오히려 더 반발심이 생긴다고 했다.
반기독교적인 책을 다수 읽은 그분은 성경과 교회에 대한 아주 다양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고, 나는 성심껏 대답했다.
몇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그분이 믿음을 갖도록 하지는 못했다.
그후로 지금까지 내 기도명단 가장 위에 그분의 이름이 올라있고, 햇수로 6년째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오늘 오전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믿음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와, 정말 기쁘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2018년 이후 매일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기도만 했을 뿐인데 정말 감사하네요.”
“저를 위해 계속 기도하셨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이해되고, 교회에서 하는 일이 수긍이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신이 있었으면 좋겠고, 부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죠. 제 친구들도 전에는 기독교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종교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거든요. 이제 힘도 빠지고 구석구석 아파서 약을 먹으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ㅎㅎ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믿음을 가진다는 것이 남의 설득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결심으로 되는 것도 아닌데, 믿고 싶고 믿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 기적이죠. 그걸 기도해온 저로서는 정말 기쁩니다.”
“목사님은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뜨려준 분이라 제가 좋아합니다.”
“저도 다른 목사들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사람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전화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시간 되시면 낮은울타리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 놀러 오십시오.”
“예, 또 연락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