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 받는 느낌이 없어서 좋아요”

오늘 어떤 분의 소개로 새로운 비신자 한 분을 만났다.
집안이 불교라서 어릴 땐 친구따라 교회에 가본 적은 있지만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아 멀리했다고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초면에 같이 밥 먹는 사람이 목사라고 해서 부담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예, 처음엔 비건 식당에서 밥 먹자고 해서 응했는데, 나중에 목사님과 같이 먹는다고 해서 엄청 부담스러웠습니다.”
“당연하죠. 저도 스님하고 밥 먹는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으시고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독교에 대해서 왜 그런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셨어요?”
“다른 종교는 잘못 되었고 자기만 옳다고 하는 것이 편협하고 독선적이라고 여겨져서요. 그리고 그걸 강요하는 분위기가 더 싫어요.”
“맞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지요. 그런데 제가 저희 아이들에게 ‘너희 아빠는 세상에서 나 혼자 뿐이야.’라고 하는 걸 독선이라고 하지 않죠. 아빠는 한 명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건 진리이고, 진리는 본성상 편협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걸 인정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걸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죠. 제가 목사지만 그건 저도 싫어요. 아이들을 무릎 꿇게 하고 ‘내가 너희들 아빠야. 10번 써. 외워봐. 외쳐.’라고 하면 정말 아빠라고 하더라도 아빠다움을 느낄 수 없을테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비신자 분들이 기독교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간과 돈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갖는다고 하더라고요.”
“예, 맞아요.”
“그럴 것 같습니다. 예배를 한다고 하는데 매주 일요일마다 오전 시간을 빼야 하고, 주중에도 시간을 내야 하니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앞으로 평생 일주일에 몇 번을 몇 시간씩 고정으로 빼야 한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겠지요. 게다가 돈도 내야 하고.”
“맞습니다. 왜 그렇게 부담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꼭 그래야 기독교 신앙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제대로 알기도 전에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배부터 덜렁 참여해서 그런 겁니다. 예배 시간에 예배당에 앉아 있기만 하면 저절로 알게 되고 신앙심이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맞아요. 도대체 왜 이런 걸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노래도 자기들 아는 노래를 자기들끼리만 하고, 그 다음에 또 오라고 강요하니 당연히 싫죠.”
“아주 옛날 처음 교회가 생겼을 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독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먼저 기독교가 무엇을 믿는지,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안내를 받았습니다. 내용을 다 습득하고 나서 예배에 참석했으니 그들은 예배가 좋았지요.”
“예배부터 참석한 게 아니었군요.”
“예, 그때는 핍박이 심했기 때문에 비기독교인 중에 심심풀이로 ‘교회나 한번 가볼까?’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기본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 ‘나는 예수님 없이는 못살겠습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한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예배가 힘들지 않을 수 있겠네요.”
“당연하죠. 어렵게 신앙생활하는 사람들만 모였으니까 예배가 좋을 수밖에 없죠.”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까 참 좋네요.”

“저와 공부 모임을 하는 비신자 그룹이 몇 개 있습니다. 그분들은 저와 격주로 모입니다.”
“매주 모이는 게 아니고요?”
“예. 저도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서 생각하니 매주 시간을 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까 격주로 진행을 하는데 그러니까 그분들도 편하게 오십니다. 저도 처음엔 격주로 만나는 게 이상했는데 이제는 격주로 만나는 게 더 편합니다. 혹시 기독교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시면 저와 느슨하게 모임을 하셔도 됩니다.”
“목사님은 제가 생각했던 목사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분이세요. 상대방을 아주 편하게 해주시네요. 강요 받는 느낌이 없어서 좋아요.”
“성경에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도 강요 받는 걸 싫어하거든요. 지금은 말씀하셨던 그 형편에 집중하시고 천천히 생각해 보신 후에 친구분을 통해서 연락 주십시오.”
“예,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