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부친이 위독하시다며 비번일 때 부친이 입원해 계신 전주에 가야겠다는 얘길했다.
“나도 갈게. 가서 예수님 믿으시라고 해볼게.”
“그래주면 너무 고맙지.”
6월 14일 아침 8시, 친구 집 앞에서 전주로 출발하기 직전 안전운전을 바라며 셀카를 찍었다.
그날 전주가 35도에 육박한다지만 편찮으신 어르신을 처음 뵙는 일이라 재킷까지 챙겨 입었다.
4시간을 운전해서, 전주 어느 병원 병실에서 친구 부친을 뵀다.
친구 부부는 연신 눈물을 훔친다.
건강하던 어르신이 하루아침에 병실에 누워 석달째 계시니 나라도 그럴게다.
친구가 “친구와 같이 왔습니다.”라고 소개하자 겨우 눈을 떠서 나를 보셨다.
이내 오른손을 내미셨다.
악수하자는 의미였다.
“어르신, 처음 뵙겠습니다. OO의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입니다.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상에 계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고 목사임을 밝혔다.
혹시 기도해드려도 되겠냐고 여쭈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나는 먼저 예수님을 간략히 소개하고,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 ”예수님, 도와주세요.“라고 하시라고 했다.
어르신은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가만히 계셨다.
거부하는 의미인지 알 수 없어 ”누구 이름을 불러야 한다고요?“라고 여쭈었다.
겨우 음성을 내서 “예수님.”이라고 답하셨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저를 따라 한 번 더 해보시겠습니까? 예수님, 도와주세요.”
“예수님, 도와주세요.”
친구 부부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평생 교회 근처에도 가보신 적 없는 분의 입에서 ”예수님, 도와주세요.“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이제 제가 기도하겠습니다.”
손을 붙잡고 기도를 마쳤을 때, 어르신이 희미한 음성이었지만 “아멘.”이라고 하셨다.
의외의 반응에 친구 부부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 손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셨다.
난 그 힘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의 손을 잡은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어르신이 이름을 부른 예수님이 어르신의 손을 꽉 붙잡아주실 줄 믿는다.
실은 오전과 오후에 각각 약속된 성경공부가 있었다.
공부를 취소하면서까지 잘 다녀오라며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